[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신문로) 이상철 기자] 오르고 또 오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를 둘러싼 검은 구름은 걷혔으며, 믿음과 신뢰 아래 그에게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은 한국축구의 부활을 알린 무대였다. 그리고 슈틸리케 감독을 ‘제대로’ 보게 되는 무대이기도 했다. 짧은 준비기간 동안 재료도 완전치 않은 가운데 잃어버렸던 본연의 한국축구 색깔을 되찾게 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가 빛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아시안컵 기간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많은 별명을 얻었다. 늪 축구, 실리 축구, 갓틸리케, 다산 슈틸리케 등 긍정적인 의미의 별명이다.
바람 빠졌던 축구 기대치를 다시 불어넣은 그는 유명세도 함께 탔다. 이제 서울 시내를 돌아다녀도 열에 여덟은 그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할 정도다. ‘스타 감독’이다. 단언컨대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가장 인기 많은 외국인 감독이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런 게 다소 불편하다. 스포트라이트가 그에게 집중되면서 그의 축구를 멋지고 예쁘게 포장되고 있는 것이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추구하는 축구에서 자신은 ‘그림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난 이제 환갑도 지났다(61세). 늙은이에게 많은 별명이 생긴다는 건 때로 과도한 부담이기도 하다”라며 “내가 주목을 받는 건 팀에 해가 될 수 있다. 그게 염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주인공은 그라운드 위를 뛰는 선수여야 한다. 좋은 축구를 펼쳐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그 팀의 감독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겠냐”라며 주연보다 조연이 되기를 희망했다.
이번 대회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수평적인 리더십은 화제가 됐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전술을 운용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3단 변신’이나 결승 호주전에서 박주호(마인츠)의 왼쪽 날개 이동이 그렇게 해서 펼쳤다. 권위적이거나 독선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보다 조연이 되기 위해서는 코칭스태프의 솔선수범과 선수들의 적극성이 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어려웠던 게 선수들이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자기주장을 하는 선수가 많지 않다. 그러면 안 된다.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 그래야 주문을 잘 이해하면서 그라운드 위에서 잘 수행할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자세가 중요하다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에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는데, 코칭스태프가 먼저 그렇게 해야 잘 따른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가 이번 대회에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걸 지켜봤기에 선수들도 잘 따를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준우승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다. 보완해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슈틸리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한 뒤 첫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지난해 9월 8일이었다. 한국-우루과이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졌던 그는 “한국축구가 다시 도약할 희망이 없었다면 절대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축구가 내 스타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팬의 가슴에 와 닿는 매력적인 축구를 펼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가 부임한 뒤 한국은 총 11번의 A매치를 치렀다. 8승 3패 14득점 6실점을 기록했다. 아시안컵에서도 27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승률 72.7%로 이기는 축구를 실천하고 있으며, 등을 돌리기도 했던 축구팬을 다시 열성적인 응원을 했다.
첫 시험을 마친 슈틸리케 감독은 성적표를 받은 뒤 어떤 마음일까. 그가 가고 싶은 길이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가 완벽히 펼쳐지기에는 보완할 게 많다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는 상당히 동적인 스포츠다. 대표팀은 2년 뒤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제2의 이정협이 등장할 수도 있다”라며 “기본적으로 아시안컵을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좋았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 있었다”라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점유율 축구다. 그러나 단순히 점유율만 높이는 게 아니다. 상대를 압박하고 좋은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어야 한다. 그게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비판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기 위한 마지막 패스의 정교함이 부족했다. 측면 크로스는 물론 측면으로 벌리는 중장거리 패스도 보다 정확해야 한다”라며 “선수 스스로 자신의 경기력을 평가하고 고쳐나가야 한다. 또한, 소속팀에서 기술도 연마해야 한다. 채찍질을 스스로 해야 발전할 수 있고 팀도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변화무쌍한 전술의 업그레이드도 예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더 이상 한국이 위에 있고 다른 나라가 아래에 있지 않다. 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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