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로이드 존슨의 저서 ‘야구의 첫 번째 역사’에 따르면, 지명타자를 처음으로 제안한 이는 1905년 코니 맥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 감독이다. 그는 팀의 투수인 에디 플랭크와 찰스 벤더가 투구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투수대신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언론은 ‘이론상 잘못된 주장’이라며 그를 맹비난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68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메이저리그에는 지명타자의 개념이 도입됐다.
과거 지명타자의 개념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내셔널리그도 지명타자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예상외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다.
↑ 내셔널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 배트를 휘두르는 류현진의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된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는 통산 36타수 무안타 22삼진을 기록한 ‘타자’ 존 레스터의 성적을 사례로 들며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투수들의 팀 타율은 제일 높은 다저스가 0.163 수준이었고, 제일 낮은 밀워키는 0.084로 채 1할이 안됐다.
간혹 예외도 있지만, 대다수 투수들은 타석에서 힘없이 물러나거나 주자가 있을 경우 번트를 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것이 리그의 공격적인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것이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다. 한 관계자는 “번트만 대는 타자를 보고 싶은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이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을 찬성하는 근거는 또 있다. 투수들의 부상 방지다. MK스포츠가 넥센 히어로즈 캠프에서 만난 에이전트 브라이언 그리퍼는 이 같은 이유로 강력한 지지의사를 보였다.
그는 “투수들은 공을 던지기 위해 팀과 계약했다.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투수들이 무리하게 타격을 할 경우 부상의 위험이 있다”며 투수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내셔널리그 투수들이 타석에서 부상을 입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우완 투수 조 켈리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 땅볼 타구를 친 뒤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하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한동안 나오지 못했다. 류현진도 데뷔 첫 해 무리한 슬라이딩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었다.
↑ 조 켈리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뛰던 지난 시즌 타석에서 무리한 전력질주를 하다가 햄스트링을 다쳤다. 사진=ⓒAFPBBNews = News1 |
조 매든 감독이 탬파베이 레이스를 박차고 나와 시카고 컵스를 선택한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탬파베이 감독 시절 컵스와 인터리그 원정 경기를 치른 뒤 트위터에 ‘내셔널리그는 미쳤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한 내셔널리그 구단주는 ‘보스턴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일은 팬들의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대부분의 내셔널리그 팬들은 지명타자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인터리그의 확대 시행으로 두 리그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공격력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내셔널리그 지명타자 도입 주장은 점차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말한 내셔널리그 구단주는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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