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빠 골 넣었다.”
'예비 아빠'기성용(26·스완지시티)이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무너뜨리며 '맨유 킬러'로 우뚝섰다.
기성용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정규리그 시즌 5호골을 터뜨렸다.
기성용은 팀이 0대1로 뒤지던 전반 20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 오자 골문 앞으로 쇄도한 뒤 감각적으로 왼발을 갖다대 짜릿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자칫 끌려갈 수 있었던 흐름을 단번에 바꾼 환상적인 골이자 팀내 최다 득점자가 되는 순간이다.
기성용은 이날 득점 후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물며 '젖병 세리머니'를 펼쳐 관심을 모았다. 최근에 임신한 아내 한혜진(34)을 위한 것이었다. 한혜진 소속사는 "아직 임신 초기단계라 한혜진씨는 한국에 머물며 태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성용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대1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던 후반 28분에는 존 조 셸비에게 킬패스를 연결해 역전 결승골도 이끌어냈다. 셸비의 골이 팀 동료 고미의 머리를 맞고 들어가 아쉽게 어시스트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팀이 2대1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시즌 기성용이 득점한 경기에서 스완지시티는 단 한차례의 패배도 없이 4승 1무를 거둬 '기성용 골=무패'공식을 이어갔다.
개인적으로도 기성용에게 이날 골은 특별했다. 시즌 다섯번째 골맛을 보며 박지성이 보유한 한국인 EPL 최다 골과 어깨를 나란히 했기 때문. 박지성은 지난 2006-2007, 2010-2011시즌 EPL서 맨유 유니폼을 입고 5골씩 넣은 바 있다.
기성용은 올 시즌 12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부상 등 큰 변수가 없는 한 한국선수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골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또 올 시즌 맨유와 개막전에서 첫 골을 터뜨린데 이어 또 다시 맨유를 상대로 골맛을 보며 '맨유 킬러'로도 자리매김 했다. 기성용이 골을 넣은 올 시즌 두번의 맨유전에서 스완지시티는 모두 2대1로 승리했다. 기성용은 "이날 골은 나의 맨유전 두 번째 골이었고, 나에겐 믿을 수 없는 시즌이 되었다”며 "빅클럽을 이겼을 때의 느낌은 특별하다. 우리는 100% 집중했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소속팀 스완지시티도 역사를 만들었다. 맨유를 상대로 역사상 처음으로 더블(홈과 원정 모두 승리)을 달성한 것. 기성용은 "경기 전 감독님이 맨유를 상대로 처음으로 더블의 역사를 만들자고 말했다. 맨유는 EPL 최고의 팀이기 때문에 오늘 우리의 경기력
기성용의 맹활약은 최고의 평가로도 이어졌다. 경기 후 영국의 스카이 스포츠와 데일리 메일은 기성용에게 각각 평점 8점과 7.5점을 매겨 경기 최우수 선수(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고 스완지 시티도 홈페이지 메인에 기성용 사진을 걸어놨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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