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의 내야수 김선민(25)은 언제나 밝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훈련도 긍정적으로 버텨낸다. 어려운 시간도 많았지만 그 시간들을 야구에 대한 절실함으로 이겨냈고, 이제는 자신의 미소보다 더 밝은 미래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내야 백업 경쟁 중. 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의 꿈은 주전 자리를 확보하고 ‘수원의 스타’가 되는 것인 김선민을 만나 힘들었던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큰 포부들에 대해 들어봤다.
↑ 김선민은 KT 위즈 내야진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사진=곽혜미 기자 |
▲절실함이 커졌을 때 만난 원더스, 그리고 스승 김성근
김선민은 2010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으나 2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아들었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었는데 초심을 빨리 잃어버렸다. 운동을 하긴 하는데 전력을 기울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때는 그걸 몰랐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그냥 하루하루 그렇게 보내다가 방출됐다.”
방출되자마자 그가 택한 것은 군 입대. 제대 후 하루빨리 야구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 가장 빠른 입대 날짜를 택했다. 군 생활 중 야구에 대한 갈증은 절로 커졌다. 김선민은 “군대 가서 절실함을 느끼게 됐다”며 “겨울에 텐트에서 자고 그럴 때는 ‘다른 친구들은 따뜻한 나라에서 야구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고, 혼자 침낭 뒤집어쓰고 울기도 했다. 또 당시 NC가 2군에서 뛰던 해였는데 제일 친한 친구인 이재학(대구고 동기)이 정말 잘하더라. 많이 부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그가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KT 위즈의 창단 소식이었다. “군대에 있는데 이제 10구단이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때부터 10구단을 목표로 삼았다. 일기장에도 매일같이 ‘10구단 간다’, 10구단이 KT로 확정됐을 때는 ‘KT 간다’는 말들을 썼었다.” 2013년 8월 마침내 제대한 그는 9월 말에 있을 KT 트라이아웃만을 기다리며 더 열심히 몸을 만들어갔다. 그러나 준비를 하다 보니 KT만을 바라보기에는 너무 불안해졌다. 그래서 그는 9월 초 고양 원더스의 문을 먼저 두드렸다. “막상 제대하고 백수가 되다 보니까 어떤 유니폼이라도 빨리 입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KT에 못 들어가면 어떡하나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차에 9월 초에 고양 테스트를 한다는 기사를 봐 일단 테스트를 한번 보자 해서 갔다. 그리고는 KT 테스트를 하기도 전에 고양과 계약을 했다.”
당초 설정했던 계획과는 다른 방향. 김선민은 그렇게 고양 원더스로 ‘우회’했다. 지금의 김선민은 당시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고 돌아본다. “원더스는 연습량도 많았고, 2년을 쉬었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님의 도움도 필요했다. 만약 그 때 KT 트라이아웃을 봐서 들어왔다면 지금까지 야구를 하고 있었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가장 절실했을 때 그 팀에 들어가서 뭔가 더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김선민은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김성근 감독에게 배운 정신력을 자신의 무기로 꼽는다. 김 감독은 김선민에게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준 스승이다. “감독님께 정신력 부분에서 많이 배운 것 같다.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땀은 고민을 풀어주는 능력이 있다. 운동할 때 고민이 생기면 방에서 머리로 풀려고 하지 말고 나와서 (방망이를) 돌려라’라는 말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김선민이 가장 절실함을 느꼈을 때 만난 팀 원더스는 그를 더욱 절실하게 만들어줬고 그것은 그가 발전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 일기장에 매일같이 썼던 소원은 조금 늦었지만 현실이 됐다. 그의 다음 소원은 언제쯤 이루어질까. 사진=곽혜미 기자 |
▲매일 꿈꿨던 KT, 절망의 시기에 다가오다
2014년 9월 원더스의 해체. 김선민은 팀의 해체 소식에 절망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벼르고 더 열심히 임했던 KT 위즈와의 교류경기서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 덕분인지 그를 좋게 본 KT에서 그를 영입하기로 했고, 그는 그렇게 또 한 번 생각과는 다른 길을 향해 나서게 됐다. 절실함이 가득했기 때문일까. 김선민은 삼성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더 큰 기쁨을 느꼈다.
돌아서 온 KT라는 팀은 젊고 활기찬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선배 김동명을 비롯한 삼성 출신 선수들과 원더스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이 많아 새 팀에 적응하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새 팀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선민은 “시즌 끝나고 1군 팀들과 연습경기 할 때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훈련할 때 이숭용 코치님께 몇 가지 지적을 받았는데 그걸 잘 받아들였던 것 같다. 원더스에서 여기 와서 2달 사이에 타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는 KT에서 기대주가 됐고 생애 처음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게 됐다.
▲그가 갖고 있는 큰 꿈, “수원의 스타가 되고 싶다”
생애 첫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는 김선민은 아직도 설렌단다. 그는 지금 내야수 백업 경쟁 속에 있다.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끼리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몸은 고달파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할 수밖에 없다. “다른 선수들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인데 그런 생각보다는 그냥 나 자신과 싸우는 것 같다. 내가 못하면 2군으로 내려갈 테고, 내가 주어진 일을 능력껏 다 한다면 좋은 자리를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 시즌 1군 엔트리에 풀타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그의 1차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스프링캠프서는 수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일단 주전 2루수, 유격수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선배들이랑 같이 살아남으려면 수비를 더 잘해야 할 것 같아 수비에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수비할 때 남들이 보기에 안정감 있어 보이는 자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며 배우는 것도 많다. 김선민은 “운동 할 때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많이 물어보고 형들도 우리를 보고 부족하다 싶으면 먼저 얘기도 해준다”며 “말로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선배들의 모습을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수비 하는 것을 봐도 부드럽고 같은 타구를 잡더라도 다르다. 확실히 뭐가 있구나 싶다”고 말한다. ‘뭔가 있는’ 선배들의 장점을 ‘다 빼먹자’는 것이 그의 다짐. “형들 위주로 일단 주전이 나가겠지만 144경기를 하면 변수가 많을 것이다. 그 때 기회가 오면 좋은 모습을 바로 보여줄 수 있게 준비를 잘해 최대한 빨리, 올 시즌 안에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김선민은 스스로 “나는 꿈이 크다”고 말한다. 그의 꿈은 ‘수원의 스타’가 되는 것이다. 팬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진정한 스타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플레이 할 때 감동을 줄 수 있는, 땅볼을 치고 죽더라도 그냥 쉽게 죽지 않고 집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이 지켜봐주세요.”
↑ 베이스러닝 중인 김선민. 사진=곽혜미 기자 |
[chqkqk@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