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브레이든턴) 김원익 기자] “좋아 좋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서 퇴근해.”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 브레이든턴 파이어리츠 시티에서 난데없이 들리는 한국말들이다. 강정호의 취재를 위해 한국에서 모인 미디어들은
선수, 코치 할 것 없이 사방에서 한국말을 쏟아내는 피츠버그 선수단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라커룸 이웃인 외야수 그레고리 폴랑코와 외야수 스탈링 마르테, 내야수 션 로드리게스 등은 특히 강정호와 매우 친밀한 모습.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스스럼 없이 강정호에게 장난을 치면서 한국어로 먼저 말을 건넸다.
↑ 하트-누니네즈-강정호가 훈련 대기 시간 나란히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
선수들도 강정호의 이런 접근이 반가운 눈치. 열정적인 성격의 히스패닉계 선수들은 이미 강정호와 절친이 다 됐다. 강정호의 주위에서 자신들이 배운 한국어를 쓰면서 장난을 거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폴랑코는 ‘좋아’가 입에 붙었다. 이날 진행된 배팅 훈련에서 선수들이 좋은 타격을 하자 강정호와 함께 ‘좋아 좋아’를 연신 외쳤다. 한국 취재진에게 하는 인사는 당연히(?) 유창한 “안녕하세요”다.
↑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
코치들도 한국어가 입에 붙었다. 이날 한국 취재진에게 코치들이 먼저 다가와 강정호에 대해 ‘나이스 가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더니 ‘수고하세요’라는 한국식 인사로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이날 강정호는 피츠버그의 대표 스타인 앤드류 매커친과 캐치볼을 했는데 서로 장난을 주고 받는 등 격없는 모습이었다. 히스패닉계 선수들 뿐만이 아니다. 백인계 선수인 마이크 램보, 션 로드리게스, 코리 하트 등도 강정호와 친밀한 모습이었다.
포지션 경쟁자이기도 한 로드리게스는 훈련 도중 계속 다가와 장난을 쳐 강정호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같은 유격수 포지션에서 이날 첫 훈련을 소화하면서 계속 스킨쉽을 하자 강정호가 그런 로드리게스를 밀어낼 정도로 끈질긴 애정공세를 퍼부었다.
램보와는 설전도 붙었다. 파이어리츠 시티 숙소 내 레크레이션실에 구비된 게임기가 문제의 발단. 훈련 대기 시간 강정호와 나란히 앉아있던 램보가 한국 취재진이 입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구단 첼시의 유니폼에 관심을 보이며 축구 이야기로 말문을 꺼내자 축구게임 이야기로 이야기가 불이 붙었다.
“내가 선수단 중에 제일 잘한다”며 램보가 자신감을 보이자 강정호는 “간단하게 이렇게도 널 이길 수 있다”며 조이스틱을 발로 움직이는 시늉을 했다. 강정호의 거센 도발에 램보는 방방 뛰며 “오늘 당장 붙어보자”며 열을 냈다. 램보는 강정호의 계속된 무시에 급기야 허공에 배트를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분을 삼키기도 했다. 그런 램보지만 평상시에는 강정호의 곁에서 가장 수다스러운 동료 축에 속한다.
↑ 라커룸 이웃 그레고리 플랑코는 이미 절친이 다 됐다. 사진(美 브레이든턴)=옥영화 기자 |
아직은 회화에 서툴지만 ‘바디 랭귀지’와 짧은 영어를 섞어 선수들에게 스스럼 없이 자신감 있게 다가가는 강정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메이저리그 도전의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조건. 적응을 위한 친화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급’인 강정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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