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포트샬럿) 김원익 기자] “올해 모든 것을 걸겠다.”
미국야구 7년차를 맞은 내야수 이학주(25)는 지난해 말 템파베이 레이스의 40인 로스터에 들면서 올해 또 한 번 기회를 얻었다. 팀 리빌딩이 진행되고 있는 사정도 이학주에게는 긍정적인 기회다.
2013년 끔찍했던 부상,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학주를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 템파베이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 이학주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지난 겨울 동안 부쩍 근육을 늘려 건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이학주는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마이너리그 옵션이 끝나는 마지막 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스프링캠프였지만 이학주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았다. 100%라고 자평할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가도 좋다. 템파베이의 지역지 ‘템파베이 타임즈’의 마크 톰킨 기자는 “이학주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구단 관계자들은 이에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며 “지금까지 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학주의 빅리그 진입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악몽 같았던 부상을 잘 털어낸 이학주는 차분하게 메이저리리그 25인 로스터 진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훈련 휴식 시간에 만난 이학주는 “몸도 잘 적응해서 잘 만들어진 상태라 빨리 미국에 와서 야구를 하고 싶었다. 지난 겨울동안 빨리 시즌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며 고대했던 이번 캠프와 시즌을 기다리는 마음을 전했다.
2013년을 통째로 날려야 했고, 2014년에도 여파가 남았던 전방십자인대파열의 부상은 이제 완전히 털었다. 이학주는 “완전 100%로 준비됐다. 잘 준비했기 때문에 이제 출발점에서 잘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2013년에 부상이 있었고 이후 재활을 하면서 보냈던 시간이었다. 지난해 시합을 나갔는데 90경기에 나갔지만 그러다보니까 좋은 성적이 안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 이학주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이학주는 “내가 원했던 성적이 당연히 안나왔다. 복귀 이후 여러모로 마음이 앞서지 않았나 싶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겨울동안 많이 준비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템파베이가 꼽고 있는 이학주의 최대 장점은 수비력. 이학주는 본인이 속한 트리플A 리그 최고의 수비를 펼치는 유격수로 꼽힐 정도로 수비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일시적인 타격 부진에도 템파베이가 이학주를 여전히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본인의 강점인 수비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썼던 지난해였다. 이학주는 “공격면이나 주루에서는 치고 나서 베이스러닝을 하는 부분이 아주 중요한데 준비가 덜 돼 있었다”며 “수비에서는 준비가 많이 돼 있는 상태였다. 부상 이후에 수비가 어떻게 될지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수비를 하면서는 큰 무리가 오지 않았다. 공격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수비는 만족스럽게 잘 끝낸 것 같다”고 지난해 성과로 부상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수비력을 꼽았다.
↑ 이학주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에서 런닝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무엇보다 중요한 겨울. 이학주는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더 뜨거운 땀방울을 흘렸다. 이학주는 “안양 F1 피트니스 센터 김현우 대표님과 4년전 만났는데, 그때부터 잘 체크해주고 있다. 가장 내 몸을 잘 안는 분”이라며 “부족한 힘이 어떤 근육의 부분인지 고민했고, 하체와 등근육을 많이 키웠다. 힘을 많이 길러야겠다고 느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시점에 86kg 정도였는데 지금은 97kg정도다. 일부러 체중을 불리려고 한 것이 아니고 운동을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소 호리호리했던 체구의 이학주는 이제 탄탄한 체구의 근육질의 몸매가 됐다.
2012년 말 첫 40인 로스터에 든 이후 3번째 로스터 진입이다. 이학주는 “처음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던 중 소식을 듣고 기분이 많이 좋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40인로스터보다는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고 달려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며 “운 좋게 40인에 들어서 이 팀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템파베이는 겨울 오프시즌 동안 주전 유격수 유넬 에스코바와 유틸리티 플레이어 벤 조브리스트가 팀을 떠났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영입하며 유격수 후보를 채웠으나 그의 백업 자리와 2루수 등 키스톤 콤비에 구멍이 났다.
이학주는 “그런 주변 환경의 사정이 좋은 것은 있지만 나의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며 냉정하게 현재를 평가하면서도 “이렇게 새로운 감독님이 오고 단장님이 올 것이라고 생각은 안해봤는데 당연히 지금은 기회다. 몇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치지 않으면서 예전에 했던 것처럼 꾸준히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며 평정심을 갖고 차분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 이학주가 28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포트샬롯에 위치한 포트샬롯 스포츠파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 냉정하지만 또한 뜨거운 마음과 준비
올해 템파베이는 이학주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학주는 “팀과 소통은 많이 하고 있다. 올해가 마지막 마이너 옵션이고 어떻게 보면 팀이나 저나 모두 조급한 상태일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차분하게 준비를 잘하고 예전처럼 건강하게 잘 뛰어다니고 있으면 팀에서도 기회를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차분히 말했다.
긴 인내가 필요했던 마이너의 설움 대신 더 높은 목표로 스스로를 다지고 있다. “서러움은 전엔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메이저리그라는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거의 도달했기 때문에 더 많은 목표와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말.
이학주는 “사실은 편안하다. 40인 로스터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같은 포지션 선수끼리 경쟁이 정말 심하다. 훈련을 하면서도 경쟁 선수가 공을 잘 못잡으면 내가 이번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그런 마음들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운도 따라줘야 하겠지만 경쟁속에서 잘 살아남는 것에는 그런 심리적인 마음에도 있는 것 같다”며 보다 성숙해진 현재를 말했다.
그는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고 있었다. 결코 들뜨지 않았으며 긴 기다림과 아픔에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간의 아픔을 털어내고 기다림과 인내를 올해 결실로 맺고 싶다는 각오가 충만했다.
“2013년, 2014년은 아프고 재활하는 기간이 많았던 것 같다. 이제는 정말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 말이 필요 없이 야구장에서 잘 뛰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이젠 빨리 TV에 나오고 싶다. 어머니 아버지도 2011년까지는 직접 경기를 많이 보셨지만 이후에는 잘 못보고 계신다. 물론 온라인으로 마이너리그도 볼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편하게 TV로 보여드리고 싶다. 정말 자신이 있다. 이제 미국에 온 지 7년차인데 올해는 몸이 건강하다면 모든 걸 다 걸고 싶다.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기대되고 흥분된다. 빨리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
↑ 사진(美 포트샬럿)=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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