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정확히 136일 만의 재대결이었다. 성남은 지난해 10월 22일 FA컵 준결승과 같은 카드를 꺼냈지만 전북의 ‘닥공’을 막지 못했다. “패를 까지 않아도 결과는 뻔하다”던 최강희 전북 감독의 예상이 적중했다. 단순히 승리를 넘어 완승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에 대해 절대 1강이 아니라면서 6강 후보 중 하나라고 했다. 그렇지만 분명 보여준 퍼포먼스는 6강 후보 중 가장 앞선 팀이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만큼 전북은 강했다.
일방적이었다. 기록만 봐도 쉽게 파악할 정도다. 전반 45분 동안 슈팅 11-0, 유효슈팅 8-0, 점유율 62%-38%로 전북은 성남을 밀어붙였다. 골키퍼 박준혁의 선방에 잇단 슈팅이 살짝 벗어났던 걸 고려하면, 전북은 더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2-0 승리에도 성이 찰 리 없었던 전북이다.
↑ 전북 현대는 7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성남 FC를 2-0으로 이겼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
지난 5일 미디어데이에서 K리그 클래식 11개 팀 사령탑은 전북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했다. 조직력으로 승부를 하거나 컨디션 관리를 잘 하거나, 혹은 수비로 버티거나 등 다양한 필승 책략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적어도 수비축구로는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
흥미로운 건 닥공을 이길 방법을 공개한 건 최강희 감독이었다. 다른 11개 팀 감독과 생각이 달랐다. 최강희 감독은 직접적인 발언은 피했다. 그러나 에둘러 이야기를 했다. 그는 “전북을 이길 수 있는 ‘정답’을 밝히긴 어렵다. 그러나 산둥 루넝(중국)이 보여주지 않았나”라고 밝혔다.
K리그 클래식 개막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맞붙었던 가시와 레이솔(일본), 산둥을 예로 들었다. 가시와는 0-0으로 비겼고, 산둥은 1-4로 졌다. 그렇지만 전북을 힘들게 했던 건 대놓고 내려앉은 가시와가 아니라 최대한 맞불을 놓은 산둥이었다. 후반 26분 한교원의 결승골이 터지기 전까지 전북은 산둥의 공세에 상당히 위험했다.
최강희 감독이 밝힌 닥공 공략법은 더 날카로운 공격으로 맞서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산둥에는 공격수와 미드필더에 좋은 선수가 많았고 실점 위기가 적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성남은 산둥이 아닌 가시와를 택했다. 최소 지지 않겠다는 의중일 수 있겠지만, 그 작전은 실패했다.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선 전반에 어떻게든 버텨야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대놓
막으면 더 세게 부딪힌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미세한 문제도 하나둘씩 고쳐가고 있다. 이렇게 뜨거워지는 공격을 무력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이미 면역도 됐다. 전북을 상대하려면, 수비보다 공격이 초점이다. 성남의 패배로 다시 한 번 그게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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