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서민교 기자] “부담도 되고 팬들로부터 많은 말도 듣고….”
10일 포항구장서 훈련 중인 1군 선수단에 전격 합류한 윤석민(29‧KIA 타이거즈)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빅리그의 꿈을 접고 한국으로 귀국한 아쉬움은 아직 남아 있는 듯했다. 90억원의 몸값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윤석민은 “꿈을 접고 들어왔지만, 후회 없는 결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민은 지난 6일 귀국 후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뒤 2군 함평-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가볍게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이어 예정보다 빠르게 1군에 합류해 팀 적응에 들어갔다.
↑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다시 입은 투수 윤석민이 1군 선수단에 합류해 시즌 개막전 등판을 위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진(포항)=천정환 기자 |
윤석민은 “날씨가 생각보다 추워 걱정을 했는데 던지다보니 몸이 풀려 괜찮았던 것 같다. 생각보다 볼도 잘 들어갔다. 전력은 다하지 않았고 컨디션 체크 차원으로 던졌다”고 했다. 이어 “감각이나 체력이 떨어졌을까봐 걱정을 했는데 와서 해보니 괜찮아 다행”이라고 만족했다.
윤석민은 지난 1년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KIA도 감독 교체 등 내홍을 겪었다. 어쩌면 동변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눈 것. 윤석민은 “감독님도 꿈을 접고 들어온 날 걱정해서 배려의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9년을 몸 담았던 팀에 1년 만에 다시 돌아오니까 처음엔 어색하더라. 그래도 하루 만에 어색함은 없어졌다. 재밌게 훈련했다”고 웃었다.
하지만 윤석민의 얼굴 한 편에는 그늘이 서려 있었다. 윤석민은 보직과 시즌 목표 승수 등 야구적인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석민은 “보직은 내가 지금 언급할 위치가 아닌 것 같다. 선발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변도 드리지 못 하겠다”며 “몇 승을 할지 기대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지난해 타고투저에 대해서도 지켜봤지만, 난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감이 아니라 그런 생각들이 지금은 쓸데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묻어 나왔다.
윤석민은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헌신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팀 분위기가 많이 밝아지고 좋아진 것 같다”며 “내 성적보다는 KIA에 있는 동안 다시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 지금은 부족한 것도 많고 꿈일 수 있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목표를 전했다.
이어 윤석민은 “개인적으로 몇 시즌을 못했기 때문에 잘하고 싶다. 운도 따르고 팀도 잘 되길 바란다. 과거에 잘 던졌을 때처럼 던지고 싶다. 나도 결과가 궁금하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야구나 생활면에서 모두 모범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윤석민의 1군 첫 불펜피칭. 이날 윤석민은 42개의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사진(포항)=천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