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서민교 기자] 지난달 27일 일본 오키나와 긴구장. KIA 타이거즈가 연습경기 9연패를 기록한 날이다. 양현종과 임준섭 등 몸이 안 된 선수들이 전지훈련 도중 하차한 날이기도 하다. 이날 KIA의 분위기는 오키나와의 구름 낀 날씨처럼 우울했다.
열흘 남짓 지난 10일 포항구장. KIA와 삼성 라이온즈의 시범경기는 한파로 취소됐다. 날씨 탓은 아니었다. KIA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선수들의 표정은 의욕이 넘쳤다. 최희섭과 이범호 등 베테랑 야수들은 추위를 잊은 채 수비 훈련으로 땀에 흠뻑 젖었다. 고된 훈련에도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김민호 KIA 코치는 “내가 목이 쉬겠다”며 선수들의 의욕적인 훈련 자세에 백기를 들었다.
↑ KIA 타이거즈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냉랭했던 한파도 이겨낸 윤석민 합류 훈풍 효과다. 사진(포항)=천정환 기자 |
윤석민이 합류했다고 해서 KIA의 팀 분위기가 갑자기 바뀐 것은 아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포함 10연패를 했을 때도 팀 분위기는 좋았다는 것이 KIA 선수단의 항변. 그러나 연패의 골이 깊어지면서 밖에서 보인 선수단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다. 사실 마산 NC전 시범경기서 첫 승을 거둔 뒤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이후 윤석민 효과는 덤이었다. 확실한 훈풍이었다.
김기태 감독부터 표정이 달라졌다. 여유가 생겼다. 든든한 지원군 덕분이다. 이미 타순을 확정한 야수 걱정은 없었다. 올 시즌 최대 과제였던 선발진의 한 축이 될 윤석민의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김 감독은 아직 보직 결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민은 90억원의 사나이다. 에이스 몸값이다. 선발이 유력하다.
윤석민 효과는 투수진에 먼저 스며들었다. 캠프서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해 중도 하차했던 양현종도 윤석민과 함께 1군에 합류했다. 양현종은 해외 진출이 무산됐다. 심리적으로 의욕이 떨어질 수 있는 상태였다. 윤석민의 복귀는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동료가 생겼다. 의기투합할 경우 국내 최강의 좌우 원투펀치가 가능하다.
새 외국인 투수 조쉬 스틴슨도 윤석민과의 재회가 반갑다. 윤석민과 스틴슨은 지난해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노퍼크 타이즈에서 함께 생활하며 빅리그를 꿈꿨다. 같은 동료이지만, 이젠 경쟁 상대가 아닌 동반자다.
KIA의 유망주 투수들도 윤석민의 복귀에 들떴다. KIA 5선발 자리는 어차피 경쟁지다. 윤석민의 복귀와 큰 상관이 없는 자리다. 김 감독은 “신인 투수들이 더 신났다. 특급 투수가 와서 영광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KIA는 올 시즌 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윤석민이 합류하기 전이다. 이젠 다크호스로 분류
KIA 구단 관계자는 “팀 분위기에 있어서 윤석민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윤석민이 들어오면서 선수들 사이에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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