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단연 올해 불펜의 키(Key)라고 봐야 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우완 강속구 투수 김강률이 연일 역투를 펼치며 뒷문의 판도를 서서히 흔들고 있다. 엄청난 임팩트의 투구를 연일 펼치며 긍정적인 균열을 만들고 있다.
김강률은 매년 캠프마다 폭발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매년 두산 불펜의 최고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이후 들쑥날쑥한 투구를 펼쳐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2007년 2차 4라운드 26순위로 입단한 이후 상무에서 병역을 수행하고 돌아와 2011년부터 조금씩 불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늘려갔다.
↑ 김강률이 14일 KT위즈전에서 세이브를 올린 이후 최재훈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천정환 기자 |
하지만 올해의 출발은 기존의 모든 시즌을 훨씬 뛰어넘는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애리조나캠프에서부터 155km의 강속구를 손쉽게 뿌렸던 김강률은 미야자키에서 5경기를 뛰며 6이닝 6피안타 7탈삼진에 2실점을 기록, ‘2015 두산 미스터 미야자키’에 꼽혔다.
이어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서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에서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12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과 3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5개의 삼진을 잡아낸 내용도 인상적이다.
보다 중요한 보직에서 활용될만한 가능성도 충분히 입증했다. 12일과 14일 경기서는 연속해서 세이브를 올렸고 15일에는 무실점 홀드의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특히 12일과 14일 경기서는 최고 시속 156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타자들을 압도했다. 14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태형 감독 역시 “단연 올해 두산 불펜의 키(Key)다. 예전만 해도 제구가 들쑥날쑥했고 투구내용도 기복이 있었는데 많이 좋아진 것 같다”며 흐뭇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 관심이 쏠리는 것은 현재 두산 불펜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강률에 대한 활용법이다. 지난해 마무리 투수 이용찬이 시즌을 마치고 군입대를 한 이후 두산 뒷문은 무주공산이 됐다. 이에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놓고 노경은, 이재우, 이현승을 후보로 꼽았다. 이들 중 1명은 5선발, 1명은 마무리의 역할을 맡고 남은 1명이 우완 윤명준과 함께 셋업맨의 역할을 맡긴다는 복안이었다.
이후 애리조나 캠프를 통해 사실상 자리를 정했다. 지난해 선발로 힘든 시즌을 보냈던 우완 노경은을 마무리로 보직 변경시키는 것이 내부적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노경은이 지난 2월14일 라이브 피칭 도중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관절이 골절되는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한 노경은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차 미야자키 캠프에 조기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회복 기간을 감안하면 시즌 시작부터 제 컨디션으로 공을 던지기 힘들다. 개막 후 4월 최소 한 달간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뒷문의 주인을 한 달간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셋업맨이었던 윤명준이 이후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윤명준의 팔상태가 좋지 않아 실전 등판이 미뤄지면서 다시 고민이 생겼다. 다행히 윤명준이 12일 KIA와 2군 경기서 1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14일 롯데와 2군 경기서 1⅓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는 등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었다.
총 25개의 공을 던지면서 최고 구속 145km를 찍은 2번째 실전 등판 이후 현장에서 투구를 지켜 본 관계자는 “첫 번째 투구에 비해서 확실히 구위나 제구가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윤명준 0순위 구도에 김강률이 비집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의 내심은 아직 윤명준에게 기울어 있는 모습이다. 김강률의 시범경기 활용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1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오늘은 필승조들이 모두 나선다. 선수들이 모두 준비돼 있다. 상황에 따라 등판하게 된다”며 “시험은 이미 끝난 단계다. 내부적으로 계획은 마련돼 있다. 현재는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단계”라고 했다. 시범경기 내용 여하에 크게 상관없이 보직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라면 김강률보다는 윤명준이 아직은 더 유력한 셈이다.
그렇지만 김강률이 애초에 기대보다 더 중요한 보직을 맡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커보인다. 14일에도 김강률은 마무리로 나서 깔끔한 세이브를 올리며 적장 조범현 KT 감독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긴 위력투를 펼쳤다. 경기 내내 150 중반대의 강속구가 전광판에 찍히다가 급기야 156km까지 기록하자 관중석과 기자실이 술렁였을 정도. 전광판 구속은 오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력분석원에게까지 확인한 결과로도 해당 구속은 ‘진짜’였다. 김강률은 하루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올해 김강률이 보여주고 있는 이 신선한 바람은 분명히 심상치 않다. 긴 터널을 지나 드디어 자신의 해를 만들 채비를 마친 김강률의 활약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지켜볼만한 이유가 많아졌다.
[on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