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월 앞에 장사 없다.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이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곡선으로 표현한다면, 쇠퇴기로 하강 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렇다고 기량과 나이가 꼭 반비례하는 건 아니다. 나이를 무색케 하며 더 빼어난 실력을 뽐내는 베테랑이 적지 않다.
젊음이 최고는 아니다. 팀이 강해지려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베테랑의 역할이 크다. 중심을 잡아준다. 더욱이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플러스 효과’다. NC와 KT가 1군 진입 첫 해 자유계약선수(FA) 및 보상선수로 베테랑을 영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 이병규(9번)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2002년 이후 가장 매서운 타격을 선보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양상문 LG 감독은 이병규(9번·41)를 볼 때마다 웃음꽃이 핀다. 그리고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양상문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훈련을 참 열심히 하더니 타격감이 상당히 좋다. 나이도 많은데 실력이 더 늘었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지니 더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양상문 감독의 호평은 팔이 안으로 굽을 정도가 아니다. 이병규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했다. 홈런도 두 방이나 쳤다. 놀라운 건 이 기록이 2002년 이후 이병규의 시범경기 최고 성적이라는 것이다. 이병규는 지난 11시즌 동안 시범경기 타율 3할을 친 게 딱 4번이었다. 아치를 두 번이나 그린 것 역시 최근에는 없었다. 양상문 감독의 말대로 이병규의 타격감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팀 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이병규는 1974년생이다. 41세다. 40대에도 변치않는, 아니 더 매서운 타격을 펼치고 있다. 40대의 투혼은 그 외에도 여럿 있다. 마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손민한(40·NC)이다.
2013년 NC 유니폼을 입고 2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공룡군단의 마운드를 높였던 손민한이다. 그렇지만 압도적인 투구가 시즌 내내 이어졌던 건 아니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선발 보직 전환 후 과거의 짠물 투구를 다시 한 번 펼치고 있다.
↑ 손민한은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69로 20승 투수 밴 헤켄에 이어 두 번째 짠 투구를 펼쳤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2시즌보다 더 위력적인 투구였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순위에서 밴 헤켄(넥센)에 이어 2위다. ‘20승 투수’ 밴 헤켄은 평균자책점이 ‘제로’다. 지난해 최고 투수 다음으로 잘 던졌으니 의미가 크다. NC 선발진은 외국인투수 쿼터가 한 장 줄면서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든든한 노장이 버티고 있기에 싹 사라졌다.
또 다른 40대 투수 최영필(41·KIA)의 건재함도 눈에 띈다. 지난해 KIA로 새 둥지를 틀면서 불펜의 중심을 잡아줬다. 4승 2패 평균자책점 3.19의 성적표. 2006년(3.05)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이었으며, 2008년(7승)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이 승수를 쌓았다.
올해는 더욱 기대가 크다. 필승조로 활약할 최영필은 KIA의 오랜 골칫거리인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몸 상태도 상당히 좋다. 시범경기에서 5⅓이닝 동안 3피안타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1.69다. 사사구는 단 1개도 없었다. 그 1실점도 연속 안타 허용 후 희생타로 내준 것이다. 대량 실점의 불을 꺼트렸다.
노장의 클래스는 영원하다 했던가. 시범경기를 통해 그 클래스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팀 전력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여전히 주축이다. 이들이 잘 해줘야 팀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
↑ KIA는 최근 불펜이 문제였다. 그 고민을 덜어줄 열쇠가 최영필이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