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국제여성복싱연맹(WIBF) 밴텀급(-53.5kg) 챔피언 유희정(36)은 현재 슈퍼플라이급(-52kg) 세계 8위 정도로 평가된다.
남편 유명구(본명 배영길·36)는 세계복싱기구(WBO) 아시아태평양 라이트플라이급(-49kg) 잠정챔피언이자 한국 프로복싱 역대 3위에 해당하는 18연속 KO승을 거두고 있다. 배우자의 유명세에 가린 감이 있으나 유희정 역시 14연승을 기록 중인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유희정은 26일 소속사 ‘AK 프로모션’ 사무실에서 유명구와 함께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프로복싱 세계 3대 기구로는 세계복싱평의회(WBC)와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이 꼽힌다. 그러나 역시 예나 지금이나 WBC가 으뜸”이라고 설명한 유희정은 “일본 및 멕시코에서 세계타이틀전 제의가 들어온다. 기회가 된다면 WBC 여성 챔피언에 등극하는 것이 목표다. 실패한다고 해도 3번까지는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유희정은 공석인 WBC 아시아복싱평의회(ABC) 슈퍼플라이급(-52kg) 챔피언결정전에서 8라운드 TKO승을 거뒀다. WBC 3월 발표 기준 슈퍼플라이급 12위다. WBA 2월 순위에서는 슈퍼플라이급 6위에 올라있다. 단체 공인 15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세계챔피언 도전자 지명 조건은 이미 충족한 상태다.
↑ 유희정이 그동안 획득한 챔피언 벨트와 함께 AK 프로모션 링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서울 강남구 청담동)=천정환 기자 |
↑ 유희정(왼쪽)과 유명구(오른쪽)가 자신들의 챔피언 벨트를 AK 프로모션 링 줄에 걸어두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서울 강남구 청담동)=천정환 기자 |
↑ 유희정(왼쪽)과 유명구(오른쪽)가 AK 프로모션 링에서 글러브를 끼고 웃고 있다. 사진(서울 강남구 청담동)=천정환 기자 |
주전장은 슈퍼플라이급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정작 현재 유희정은 상위 체급인 밴텀급에서 2개 단체 챔피언을 지내고 있다. WIBF뿐 아니라 WBA 산하 조직인 PABA(범아시아복싱협회)의 챔피언이기도 하다.
PABA는 2014년 5월 10일, WIBF 벨트는 2014년 8월 30일 획득했다. 그러나 아직 1차 방어전은 치르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유희정은 “밴텀급은 감량 없이 거의 평소 체중으로 뛰는 체급이다. 슈퍼플라이급 경기를 해도 최대 3kg만 빼고 임한다”면서 “메이저 기구 세계타이틀전 등 국제경쟁력을 위해서는 플라이급(-49kg)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밴텀급 챔피언 방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슈퍼플라이급·밴텀급 현역 챔피언임에도 유희정은 별도의 트레이너를 두고 복싱을 배운 적이 1번도 없다고 고백했다. 출산 후 가진 2010년 복귀전부터 남편의 조언을 받으며 14경기를 소화했다. ‘유명구범진권투체육관’ 관장으로 제자를 지도하는 일도 병행하면서 남편과 함께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는 WBC 세계챔피언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유희정도 이에 동의하며 “비록 이기긴 했으나 WBC ABC 챔피언결정전에서 지금처럼 운동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느꼈다”면서 “WBC 타이틀전이 확정되면 남편 및 AK 프로모션과 상의해서 트레이너를 고용하고자 한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복싱에만 전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유희정은 어느덧 30대 중반임에도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체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14연승 중에서 6라운드 이후 12승을 거둘 정도로 후반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오는 5월 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는 플로이드 메이웨더(38·미국)와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의 세기의 복싱대결이 열린다. WBC·WBA·WBO 웰터급(-67kg) 통합 타이틀전 명목이다.
“파키아오를 더 좋아하나 후반에 강한 메이웨더에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낀다”고 말한 유희정은 “두 선수 모두 30대 중반을 넘어 이제 후반임에도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30대만 접어들어도 은퇴하라는 얘기가 많을뿐더러 각종 후원 및 지원에서도 소외된다”고 지적한 후 “특히 여성은 출산하면 속된 말로 퇴물취급한다. 그러나 30대 중반의 애 엄마임에도 여전히 체력이 장점인 나라는 존재 자체가 이에 대한 반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메이웨더-파키아오의 승자로는 메이웨더를
AK 프로모션은 4월 중으로 한국 신인 발굴을 위한 가칭 ‘4라운드 퍼레이드’를 기획하고 있다. 유희정은 “많은 참여와 관심, 성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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