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KBO리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한 LG 트윈스를 잡았다.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비관적이었던 KIA의 앞날이었건만, 첫 단추부터 잘 꿰매기 시작했다.
이 기막힌 반전의 중심은 불펜이다. 가장 골칫거리였던 허리와 뒷문이다. 팀을 안정시키면서 더 강해지게 하려고 90억원의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리는 고육지책을 쓰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 골칫거리가 많이 사라졌다. 더 이상 허점이 아니다.
지난 28일 KIA의 LG전 승리를 복기해보자. KIA는 7회에만 3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았다. 눈에 띄는 게 무엇인가. 양현종의 무실점, 이범호의 결승 홈런, 그리고 마무리 윤석민의 첫 세이브 등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던 건 7회부터 8회까지 이어졌던 임준섭, 최영필, 심동섭의 연투였다. 탈삼진 3개를 포함해 5타자를 연속 처리하며 KIA로 넘어가는 분위기를 유지시켰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자. 예전만 해도 불안했다. 3-0 리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어이없게’ 언제 뒤집힐지 몰랐다. 누적된 경험과 지난 아픔은 그래서 무섭다. 거짓말을 즐겼던 양치기소년처럼 믿음이 절대 가지 않았다. KIA가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103실점과 함께 9전 전패를 기록한 것도 뒷문 약화가 결정적이었다. 5회까지 잘 버티다가 그 뒤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 선발에서 필승조로 보직을 바꾼 임준섭은 28일 광주 LG전에서 3타자를 상대해 모두 삼진 아웃을 잡았다. 그리고 시즌 첫 승리투수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단순히 일회성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 조금씩 변해가는 게 두드러졌다. KIA는 지난 19일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전 이후 아주 놀랍도록 허리의 단단한 힘을 과시했다.
두산전부터 LG전까지, KIA 불펜은 5경기에서 23이닝을 책임졌다. 홈런 2방을 맞기는 했지만 5실점(3자책)만 허용했다. 12안타와 6볼넷을 내줬음에도 탈삼진을 18개나 잡고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 5경기에 역전 허용은 없었다. 평균자책점도 1.17로
1,2경기만 잘 한 게 아니라 5경기를 내리 잘 했다. 미운 오리 새끼처럼, KIA 불펜의 기막힌 반전이다. 그리고 이는 KIA의 강점이 되어가고 있다. 언제 어디서 옛 모습으로 돌변할지 모르나 답이 없던 그 불펜이 아니다. “마운드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던 김기태 감독이 활짝 웃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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