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한 시즌의 정점을 이루는 축제의 장이자 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물론 TV중계로도 경기를 볼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챔프전 직전 경기 시간을 변경했다. KBL은 1차전 주말 경기를 오후 4시에서 오후 7시로, 2차전 평일(화요일) 경기를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로 각각 변경했다. 지상파 중계가 이유다.
챔프전만 기다리던 농구 팬들이 뿔났다. KBL의 일방통행에 대해 불통이 계속되자 성난 팬심은 결국 현장에서 터졌다.
↑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 등장한 KBL을 비판하는 현수막. 사진(울산)=서민교 기자 |
내용은 이렇다. ‘더 이상은 못 참겠다. KBL의 무능 행정’, ‘먹고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웬말이냐’, ‘소통 없는 독재정치 김영기는 물러나라’ 등 KBL을 겨냥한 수위 높은 비판의 목소리였다.
현장에서 현수막을 오래 걸진 못했다. 두 차례 제지를 받고 철거가 된 뒤 압수까지 당했다. 이 과정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던 한 팬은 KBL 관계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가벼운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
KBL도 난감한 처지다. 매 시즌 중계권 계약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프로농구 인기 저하로 중계사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프로야구 개막과 맞물리는 플레이오프는 더 심각하다. 1차전 경기 시간이 미뤄진 것도 프로야구 개막 여파다. 갑자기 바뀐 경기 시간으로 스케줄 조정을 해야 하지만 불편을 감수해도 볼 수는 있는 주말 시간대다.
2차전 경기 시간 변경도 무관하지 않다. 평일 오후 6시30분에 시작하는 프로야구와 겹친다. KBL은 지상파 중계로 돌렸다.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한 KCC와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스폰서 계약 당시 미디어 노출을 위해 지상파 중계 횟수에 대한 최소 보장 조항을 포함했다. 방송사의 경기 시간 변경 요구에 KBL도 수락했다.
주말이 아닌 평일이 문제다. 평일 오후 5시는 학생들도 보기 힘든 시간이다. 직장인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시간이다. 퇴근 후 경기장을 찾으면 4쿼터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릴 때쯤이다.
모비스 구단은 4강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2차전 경기 시간이 오후 7시인 줄 알았던 팬들은 1200장을 예매했다. 이후 경기 시간이 변경된 뒤 700장이 환불됐다. 모비스 구단 관계자는 “환불을 해 드리더라도 일단 티켓 판매창은 열어야 했다”고 밝혔다.
모비스 구단 입장에서도 답답하다. 1차전에는 동천체육관 수용 인원 5000명을 훌쩍 넘긴 6629명의 만원 관중이 찾았다. 입석까지 가득 찬 엄청난 열기를 뿜었다. 모비스도 홈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1차전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2차전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기대하기 힘들다. 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오늘 관중의 ⅓만 오셔도 좋겠다”고 푸념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우리
모비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양동근도 “농구인으로서 챔프전 경기 시간을 바꾼다는 것이 안타깝다. 평일 오후 5시에 오시긴 힘들다. 어차피 농구 팬들은 볼 사람은 본다”며 한숨을 내쉰 뒤 “농구가 재밌어야 이런 일이 없는데 선수 입장에서도 죄송한 일”이라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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