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사카) 안준철 기자] “3일 내내 불안한 모습 보여드려 송구하다.”
‘끝판대장’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이 마침내 첫 세이브를 올렸다. 하지만 찜찜하기만 하다. 1실점을 비롯, 동점 위기까지 몰리며 아슬아슬하게 거둔 세이브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29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정규시즌 3차전에서 팀이 10-7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와 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을 내주며 1실점하는 불안함 속에 올 시즌 첫 세이브를 거뒀다. 투구수는 무려 35개였고, 제로를 지키던 평균자책점은 3.00이 됐다.
↑ 사진=MK스포츠 DB |
안타 하나면 동점과 블론세이브를 내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오승환은 히라타 료스케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3루주자가 홈으로 뛸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짧은 플라이. 2사 만루로 바뀐 상황에서 오승환은 앤더슨 에르난데스와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지만 에르난데스가 커트를 하며 오승환의 투구수를 늘렸다. 하지만 결국 오승환이 9구째만에 에르난데스를 2루 땅볼로 유도하며 경기를 매조졌다. 세이브를 거뒀지만, 찜찜한 여운을 남겼다.
문제는 3일 내내 불안한 피칭을 보였다는 것이다. 오승환은 27일 개막전부터 연투 중이다. 3경기 동안 삼진은 하나도 없고, 안타와 볼넷, 몸에 맞는 공을 양산하고 있다. 끝판왕이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행보다. 오승환이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하는 슬로우스타터라고 하더라도 운영의 묘가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포수 우메노 류타로의 리드가 오승환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 주로 후지이 아키히토나 쓰루오카 가즈나리와 손발을 맞췄다. 둘 다 15년 이상 뛴 베테랑 포수들이다. 하지만 우메노는 이제 데뷔한 지 2년차인 젊은 포수라 투수를 리드하는 데 미숙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오승환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특히 투스트라이크를 잡고 나서 이제 막 던지기 시작한 투심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모두 안타로 연결됐다(세 번 던져 모두 안타). 빠른 공을 기다리는 타자에게 투심은 배팅볼처럼 보일 수 있다. 또 로케이션에서도 무리하게 높은 코스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 높은 코스로 들어오는 빠른 공은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지만, 너무 자주 던지게 하면 장타를 얻어맞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경기 중에도 오승환이 우메노의 사인에 고개를 가로 젓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세이브를 거둔 30일 주니치전 2사 만루 에르난데스와의 대결에서는 오승환이 여섯 번이나 우메노 사인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오승환이 에르난데스를 잡은 공은 낮은 코스의
물론 경기 후 만난 오승환은 “(포수와의 호흡문제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승환은 포수를 가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사인에 대해 고개를 흔든 것에 대해서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첫 세이브를 올렸지만 포수와의 호흡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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