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다카세 다이주(37·일본)는 ‘UFC 챔피언 킬러’로 통한다. UFC 제5대 미들급(-84kg) 챔피언 안데르송 시우바(통용표기 앤더슨 실바·40·브라질)와 제2대 웰터급 챔피언 카를로스 뉴턴(39·미국)을 모두 이긴 경력이 두드러진다.
다카세는 지난 21일 ‘로드 FC 22’ 제4경기에서 –88kg 계약 체중으로 제12회 히로시마아시아경기대회 유도 -78kg 금메달리스트 윤동식(43)과 대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다카세는 20일 계체에서 1차 실패 후 4시간 동안 2차례 더 체중을 쟀음에도 300g 초과를 극복하지 못했다.
상대가 끝내 계체를 통과하지 못하면 경기 성사 여부의 선택권은 계체 성공자에게 주어진다. 로드 FC 2015년 개정 규정을 보면 500g 미만 초과자는 1라운드 1점 감점의 벌칙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윤동식은 경기를 거부했다.
3번이나 계체를 실패한 다카세는 로드 FC 최신 규정에 의거 대전료가 전액 몰수됐다. 계체시간 미준수는 30%, 1차 계체 실패는 50%, 2차 계체 미통과는 75%, 3차 계체마저 실패하면 출전료 전액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다카세는 3차 계체까지 실패하면 대전료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로드 FC 규정이나 자신의 출전료를 윤동식에게 주겠다는 대회사의 제안을 오해했다. “윤동식이 추가로 돈을 원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자 거부했다”면서 “나는 부족하다면 사비를 털어서라도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등 일본으로 돌아간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한국 지인을 통하여 끊임없이 논란을 불러왔다.
다카세는 “윤동식이 출전을 거부했음에도 로드 FC 대전료는 전액 받는다”는 29일 ‘MK스포츠’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링크했다. 이에 ‘MK스포츠’가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를 제안하자 흔쾌히 허락했다.
↑ 사진=다카세 다이주 제공 |
↑ 다카세(오른쪽)와 UFC 미들급 타이틀전 경험자 오카미 유신(왼쪽). 사진=다카세 다이주 제공 |
윤동식-다카세는 ‘로드 FC 22’의 주요 대진으로 손색이 없었다. 물론 1차 원인 제공자가 계체를 통과하지 못한 다카세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300g 차이로 경기가 무산된 것에 대해 다카세와 팬, 그리고 대회사 모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종합격투기(MMA)에서 300g 초과로 경기 자체가 무산된 전례는 없다. 게다가 이런 이유로 경기하지 않고도 출전료 전액을 받다니…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라도 그러지 않겠다”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다카세는 “싸우면 또 돈을 받으니 윤동식은 달아날 이유가 없다. 만약 나를 이긴다면 데이나 화이트(46·미국) UFC 회장처럼 개인 돈으로 보너스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하며 대결을 촉구했다.
“윤동식은 돈이 무엇보다 좋은가? 그러나 나는 돈이 아닌 자존심 때문에 경기한다”고 재차 강조한 다카세는 “당장 다음 로드 FC 대회에서 경기하고 싶으나 이미 수술 일정이 거의 확정됐다. 서로 핑계 댈 수 없게 완벽하게 준비하여 7월에 경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대회사에서 조속한 대진을 원한다면 6월부터는 싸울 수 있다”고 구체적인 희망 일정까지 거론했다.
오는 5월 2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로드 FC 23’이 예정되어 있다. 로드 FC는 ‘MK스포츠’를 통하여 6월과 7월에도 대회가 있음을 확인했다. 따라서 다카세의 이번 발언은 ‘수술 때문에 5월은 곤란하나 6월부터는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공석인 로드 FC 미들급(-84kg) 챔피언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UFC 통산 2승 3패인 후쿠다 리키(34·일본)가 꼽힌다. 후쿠다는 로드 FC에서 3승 1무효로 무패를 기록 중이다. 윤동식을 맞이한 ‘로드 FC 16’에서는 1라운드 3분 36초 만에 펀치 TKO승을 거둔 바 있다. 다카세는 “나는 후쿠다보다 몇 배는 강하다”고 윤동식에게 경고했다.
↑ 다카세(가운데)와 후쿠다(왼쪽), 오카미(오른쪽). 사진=다카세 다이주 제공 |
↑ 다카세(오른쪽)와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 챔피언 우치야마 다카시(왼쪽). 우치야마는 22승 1무의 무패 전적을 자랑한다. 다카세와는 15년 지기 친구다. 사진=다카세 다이주 제공 |
그러나 다카세가 인터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윤동식에 대한 개인감정이 아닌 ‘드라마’였다. 굳이 ‘표준국어대사전’으로 뜻을 따지자면 ‘극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 해당한다.
“윤동식과 나의 갈등이 드라마가 되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표한 다카세는 “과거 ‘프라이드 FC’는 반데를레이 시우바(39·브라질)과 사쿠라바 가즈시(46·일본), 표도르 예멜리야넨코(39·러시아)와 미르코 필리포비치(별칭 크로캅·41·크로아티아)의 자존심이 충돌한 드라마로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고 예를 들었다.
프라이드는 2007년 10월 4일 UFC에 흡수되기 전까지 세계 MMA를 양분했던 대회다. 제1대 프라이드 –93kg 챔피언 시우바는 UFC 얼티밋 재팬 +91kg 토너먼트 우승자 사쿠라바와 타이틀전 포함 3차례나 격돌하여 큰 화제가 됐다. 표도르가 챔피언 1차 방어전에서 크로캅을 상대한 것은 2000년대 MMA 최고 경기로 꼽힌다.
다카세는 계체를 통과하지 못하여 윤동식과의 대결을 무산시킨 후에도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각에서 ‘로드 FC가 더는 다카세를 부르지 않을 것 같다’고 예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로드 FC는 ‘다카세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에 다카세도 “정문홍 대표 이하 로
윤동식과의 갈등은 이제 최고조에 이르렀다. 다카세가 말한 것처럼 서로의 자존심이 격돌하는 치열한 대결을 기대할만하다. 로드 FC가 윤동식·다카세 주연의 드라마로 프라이드 FC의 전성기에 비견할만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dogma0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