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154km. 그리고 4K.
한화 이글스 마무리 투수 윤규진이 기록한 두 가지 숫자. 2일 대전 두산전에서 기록한 최고구속과 탈삼진이다. 단순히 1경기 보여 준 임팩트로 한정 짓기 어렵다. 수년간 한화의 발목을 잡았던 ‘미운오리’ 불펜이 ‘백조’가 될 만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154km 마무리 윤규진
한화 불펜의 환골탈태는 가능할까. 일단 현재 모습만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먼저 강력한 구위를 뽐내고 있는 윤규진의 존재다. 지난해부터 확연한 존재감을 보여준 윤규진은 올해 일을 낼 기세다.
군에서 복귀한 첫 해였던 2014년 43경기서 7승2패 9세이브 3홀드를 기록한 윤규진은 올해 3경기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이닝 당 탈삼진 숫자. 윤규진은 6⅓이닝을 소화하며 무려 9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9이닝 당 탈삼진 숫자로 환산하며 무려 12.79개에 달한다.
↑ 윤규진은 시즌 초반 위력투를 펼치며 한화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김재현 기자 |
완벽하게 보직이 확정된 윤규진이 올해 목표 30세이브를 달성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로 보이지 않는 시즌 초반이다.
▲ ‘안정진 트리오’뿐? 권혁도 돌아왔다
안영명-박정진-윤규진은 지난해 한화 불펜이 발견한 최대의 수확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줄여서 ‘안정진 트리오’. 이들의 활약상과 불펜의 존재감은 올해도 여전하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 필승조에 한 명의 이름을 더 추가해야 될 것 같다. 바로 FA로 한화에 합류한 좌완 권혁이다.
권혁은 과거 리그 정상급의 셋업맨이었다.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2002년 1차 지명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권혁은 지난해까지 통산 12년 동안 512경기 37승 24패 11세 113홀드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2007년부터 6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베테랑 불펜. 하지만 2012년과 2013년 평균자책점이 3점대 초반과 후반으로 치솟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는 3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86(34⅔이닝 27피안타 11볼넷 11자책점)의 성적으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신임을 받지 못했다.
팀을 옮겨, 한화에서 권혁은 확실히 중용받고 있는 모양새다. 벌써 4경기에 등판해 2홀드를 수확하며 한화 불펜의 새로운 마당쇠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구원투수들의 교체를 하는 ‘김성근식 야구’에서 특히 중요한 자원은 ‘스태미너가 충분한 좌완’이다. 그 전제조건은 당연히 경쟁력이다.
↑ 사진=김재현 기자 |
특히 짧은 이닝은 물론 긴 이닝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것이 권혁의 가장 큰 장점. 2일 두산전서는 2이닝 동안 4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위력투로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
▲ 새로운 한화식 벌떼야구는 가능?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한화 불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선수 개인의 피나는 노력과 선전이 가장 주된 요인이다. 마운드 위에서 던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선수들이다. 한화 불펜이 올해 선전한다면 그간의 냉소와 혹평 대신 환호와 찬사를 보내야 할 존재들은 첫 번째로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의 역할은 간과할 수 없다. 자원이 없었고 경쟁력이 떨어졌기에 그간 한화 불펜은 수년간 표류했다. 동시에 감독들 역시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올해 한화 불펜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과거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벌떼야구’의 부활의 조짐마저 보여주고 있다. 지나칠 정도의
달라진 한화 불펜의 모습에 더해 김 감독의 이런 세밀한 운영이 더해진다면 분명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여지는 충분하다. 한화 불펜은 올해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승리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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