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 증도 |
많지도 않다. 딱, 100개다. 한국인이라면 꼭 가봐야 할 관광 포인트 버킷리스트. 마침,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100곳을 새롭게 선정했다. 그 중에서 반전이 있는 곳, 3곳만 집중 소개한다.
◇ 오지의 반란…괴산 산막이 옛길
놀랍다. 한마디로 ‘오지의 반란’이다. 아예 산허리를 뚝 잘라 걷는 구간을 만들고 여기에 나무데크길을 깔았다. 무려 4㎞다. 그게, 대박이 났다. 지금은 한해 동안 무려 150만명이 이 허릿길을 밟으러 몰려든다. 충북 괴산 하고도 산막이 옛길. 조선후기 선비 노성도가 이곳의 풍경에 반해 연하구곡(煙霞九曲)이라 부르며 ‘신선의 별장’이라 칭송한 곳이다.
사실 유배지 역사를 지닐 정도로 오지인 이곳이 관광 명소로 탈바꿈한 건 둘레길 열풍이 일던 지난 2008년이다.
이곳이 뜬 건 이유가 있다. 배나온 기자 역시 쉽게 한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업다운이 평이한 둘레길이다. 괴산호의 빼어난 풍광에 잠깐 넋을 잃는 곳 마다 숨어 있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여름철 무더위를 식힌 서당의 야외 학습장이었던 ‘고인돌 쉼터’, 1968년까지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 굴’, 여우비나 여름 무더위를 피해 잠시 쉬어간 ‘여우비 바위굴’, 앉은뱅이가 물을 마신 후 걸었다는 ‘앉은뱅이 약수’, 한여름에도 서늘한 ‘얼음 바위골’에 산짐승이 목을 축인 ‘노루샘’에 이르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줌마 아저씨들의 깔깔 웃음이 어김없이 터지는 곳은 ‘19금’ 포인트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모습을 쏙 빼닮은 ‘정사목’에 여인이 엉덩이를 보이며 꼬꼬 앉은 형상의 ‘옷 벗은 미녀 참나무’도 교태롭게 둥지를 트고 있다.
▶ 산막이 길 100배 즐기는 Tip = 등산을 하고 싶으면 산막이 옛길의 초입에서 시작되는 등잔봉을 오르면 된다. 옛날에 과거를 보러 간 아들을 위해 등잔불을 켜놓고 기도를 올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걷기가 싫다면 황포돛배와 유람선이 딱.
◇ 탄광의 반란…정선 삼탄 아트마인
오지의 반란 쯤은 약과다. 한술 더 뜨는 곳, ‘탄광의 반란’정선 삼탄 아트마인이다. 면적만 3만9000㎡ . 국내 최대 탄광부지 리모델링 1호다. 이 곳은 이름부터 특별하다. ‘삼척탄좌’의 줄임말 ‘삼탄’과 예술의 ‘아트(Art)’, 광산이란 뜻인 ‘마인(mine)’을 합친 용어다.
도착하면 입구에 ‘아빠, 오늘도 무사히’란 문구가 가슴에 박힌다. 그 문구가 박힌 곳이‘수평갱 850’. 안전 문제로 입장은 통제되고 있는 곳이다. 850은 해발 고도를 뜻한다.
삼척탄좌의 역사는 62년으로 거슬러 간다. 많을 때는 2700명의 노동자가 가족들을 위해 몸을 바쳤던 국내 최대 규모의 민영탄광이다. 폐광 후 소유권을 가졌던 정선군이 솔로몬이라는 맡겼고, 결국 리모델링을 거쳐 대한민국 문화예술광산 1호로 개장하면서 대박이 난다.
삼탄아트센터 본관 건물은 4층(해발 853m)짜리. 로비&전망 라운지에서 시작된다. 이 층엔 입주작가를 지원하는 작가 스튜디오 등 ‘아트 레지던시 룸’이 있다. 예술 체험방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9개의 테마 방을 포함해 각 방은 독특한 스토리와 콘셉트로 꾸며져 있다. 일반 투숙객도 예약만 하면 머물 수 있다.
한 층 아래가 현대미술관 CAM(Contemporary Art Museum)이다. 한글로 ‘캠’ 또는 ‘캐내다’라는 말을 ‘석탄 또는 예술을 캐내다’라는 의미로 풀어낸 곳이다. 2층은 ‘마인 갤러리3’. 탄광 시절 광부들이 화장실과 샤워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설치미술 갤러리로 꾸민 곳이다. 이 곳 분위기는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독가스실 같다. 한 켠에 그대로 남은 샤워장 수도꼭지에선 전율이 느껴진다.
▶ 삼탄 아트마인 100배 즐기는 Tip = 건물 바깥에도 볼거리가 많다. 조형물 ‘석탄을 캐는 광부’ 를 배경으로 삼탄아트마인 ‘레스토랑 832L’과 본관 건물, 키즈카페 DDB, 레일바이뮤지엄이 차례로 보인다. 레스토랑 메뉴 중 꼭 맛봐야 할 먹거리는 ‘광부 도시락’. 맛이 어떠냐고? 미안하지만 비밀이다. 직접 가서 드셔보시도록.
◇ 기차역의 반란…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이번에는 기차역의 반란이다. 신 역사를 지으면서 구 역사에 추억의 ‘증기 열차’를 운행했는데, 대박이 난 곳, 전남 곡성역이다. 구역의 공식 명칭은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연간 수익은 무려 20억원에 달한다.
기차마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증기 열차다. ‘칙칙’ 흰 연기를 뿜으며 들어서는 진짜 ‘검정색’ 증기 기관차다. 운행 간격은 2시간. 곡성역에서 침곡역을 거쳐 가정역까지 약 13㎞를 내달린다. 운 좋으면 열차 내에서 교련복을 입은 주전부리 좌판 아저씨도 만날 수 있다.
20분쯤 달리면 종착역, 가정이다. 가정역도 나름 매력이 있다. 역사 전체가 나무 원목으로 만들어져 따스한 느낌이다.
증기 열차가 싫다면 가정역까지 달리는 레일바이크에 오르면 된다. 마침, 따스한 4월의 봄, 섬진강 변의 선로 위를 달리는 자전거를 타는 맛, 끝내준다. 다리에 알 좀 박히면 어떤가. 봄 바람 살랑살랑 불고, 봄꽃, 눈 시리도록 저리 폈는데.
곡성을 당일치기로 다녀가긴 아쉽다. 1박 쯤은 해야 한다. 숙박 장소는 한옥 펜션. 가정역에서 10분 거리다. 이름하여 심청 이야기 마을 한옥 펜션. 사실 곡성은 심청전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 원홍장의 고향이다. 한옥 독채 11채로 나눠져 있으니 평수별로 골라 잡
▶ 곡성 기차마을 100배 즐기기=코레일관광개발(www.korailtravel.com)에서 곡성 기차마을, 이야기 한옥 펜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증기 열차 가격은 6000원. 한옥 펜션 예약도 미리 서두르는 게 좋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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