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또 한 명의 낯선 얼굴이 태평양을 건너왔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4년 1100만 달러에 계약한 강정호(28). 2년 전 류현진(28·LA다저스)이 한국 야구 최초 메이저리그 직행 투수라는 길을 개척했다면, 강정호는 야수의 길을 닦고 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개척자, 라다메즈 리즈(32)가 있다.
강정호,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보는가?”
메이저리그를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들은 질문일 것이다. 현지 기자들, 심지어 캠프장에서 만난 이름 모를 팬까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는 첫 번째 타자이기 때문에 누구와 비교를 할 수도 없다.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칠 수 있는가?”
강정호는 시범경기 기간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련도 있었다. 3월 4일 토론토전에서 홈런, 6일 양키스전에서 2루타를 기록한 그는 이후 상대 투수들의 폼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난조에 빠졌다. 9경기에서 안타 1개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긴 침묵에 빠졌다.
그가 보통의 유망주였다면 “더 많은 타격 기회”를 이유로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7시즌 동안 프로 무대에서 검증받은 선수였다.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등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진 그는 3월 28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루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시범경기 막판 타격감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시범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제는 정규시즌이다. 시즌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시범경기와는 전혀 다른 무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역할도 다르다. 선발로 출전하는 흐름이 몸에 익은 그에게 대타 역할은 새로운 도전일 것이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적응 기간’ 없이 바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내던져질 강정호. 그는 새로운 역할을 몸에 익힐 틈도 없이 경쟁력을 보여주기를 강요받을 것이다. 이를 극복해야 순탄한 메이저리거의 길을 갈 수 있다.
또 다른 개척자 리즈
라다메즈 리즈는 이번 시즌 피츠버그와 1년 100만 달러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5일(한국시간) 현재 공식 발표는 없지만, 그의 개막 로스터 합류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리즈는 지난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더블A와 트리플A 소속으로 12경기에 등판, 61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볼티모어에서 28경기에 나와 110 1/3이닝을 던진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는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냈다.
그 사이에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쌓은 경험이 있었다. 2010년 LG트윈스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그는 공만 빠른 투수였다. 그러나 한국 무대에서 3년간 활약하며 다른 투수가 됐다.
그는 지난 2월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던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서 MK스포츠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뛴 시간 동안 투구의 밸런스와 강도를 유지하는 방법과 경기에 뛰기 위한 정신력을 배웠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야구의 관점에서 리즈는 또 다른 의미의 ‘개척자’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들에게 한국 야구는 큰 수익을 보장할 수는 있어도, 성공을 보장하는 무대는 아니었다. 한국 무대를 거쳐 간 선수들은 미국 복귀 이후 마이너리그 선수 생활을 전전
그러나 리즈가 성공하면, 한국 야구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한국 야구도 성공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가 된다. 구단들도 ‘한국에서 잘하면 리즈처럼 성공할 수 있다’며 성공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정호 못지 않게 리즈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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