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가 2년 연속 가을야구 축제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힘이었다. LG의 ‘끝판왕’은 마무리를 책임진 봉중근의 존재였다.
올 시즌 봉중근이 흔들린다. 소방수가 불을 지르고 있다. 더 두터워진 불펜도 위험하다. 4경기 연속 불안증. 이젠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
봉중근은 지난 2012년부터 마무리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2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켰고, 2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봉중근은 지난 3년간 LG의 마무리 흑역사를 지웠다.
↑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의 현역 최고령 투수 야마모토 마사와 함께 훈련하며 새로운 구종인 포크볼도 장착했다. 우리나이 서른여섯에 다시 시작한 도전이었다.
봉중근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개인 최다인 40세이브를 목표로 정했다. 봉중근은 “우승을 하려면 40세이브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포부를 높게 잡았다. 양상문 LG 감독도 “개인적으로 몸을 잘 만들어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처음 투수조장을 맡은 이동현도 마음고생에 시달리다 봉중근이 캠프에 합류한 뒤 안정을 되찾았다. 봉중근은 LG 투수들에게는 기록 외적인 정신적 지주였다.
LG는 젊은 투수들이 급성장했다. 2년 연속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LG의 투수층이 더 두터워졌다. 선발진의 부상 공백에도 LG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뒷심이었다. 특히 봉중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시즌 개막 이후 봉중근은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4경기 평균자책점은 32.40. 가까스로 1세이브를 올렸으나 2패를 당했다. 15타자를 상대로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을 기록했고, 결정적 홈런 2개를 포함해 6실점을 했다. 지난해 50경기에서 2피홈런 16실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성적이다.
양 감독은 “봉중근의 보직 변경은 없다”고 단언했다. 시즌 도중 마땅한 대안도 없지만, 베테랑 투수 봉중근에 대한 강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지난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연장 11회말 끝내기 패배. 양 감독은 경기 직후 “할 말이 없다”고 짧은 한 마디만 남겼다. 양 감독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발언이었다.
봉중근의 평정심이 흔들리고 있다. 자신감도 잃을 수 있는 부진이다. 젊은 선발진과 불펜진에 모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신적 지주의 몰락은 팀 전체 분위기에 치명
봉중근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키기도 힘들다. 마무리 투수 없이 시즌 초반을 버텨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상태로 봉중근이 계속 무너질 경우 올 시즌 회복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봉중근의 존재감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봉중근의 부활과 양 감독이 선택해야 할 시간의 간극은 멀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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