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서민교 기자] “지금 잘한다고 생각 안 한다.”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김선규(29)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꺼린다. 거만하거나 까칠한 성격도 아니다. ‘입만 살았다’는 팬들의 비아냥거림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김선규가 올 시즌 달라졌다.
김선규는 올 시즌 불펜에서 ‘믿을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LG에서 꼭 필요한 불펜 사이드암의 희소성까지 더해져 양상문 LG 감독도 반색하고 있다. 김선규는 4경기에 구원 등판해 4⅓이닝을 책임지며 18타자를 상대로 2피안타 2볼넷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고 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지난해 19경기 평균자책점 7.13의 부진을 씻는 호투다.
↑ 지난해 고개를 숙였던 LG 트윈스 사이드암 투수 김선규가 올 시즌 불펜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양 감독의 신뢰는 김선규를 필승조 대열에 올렸다. 김선규는 지난 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3-2로 앞선 7회말 1사 1루 위기서 한화 김태균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B2S 이후 좌전 안타를 허용한 뒤 이동현과 교체됐다. 이동현도 2사 1, 2루 위기서 이시찬에게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을 내줬다. 결국 연장 11회말 역전패. 하지만 결과를 떠나 김선규에게는 의미 있는 필승조 투입이었다.
김선규는 양 감독의 칭찬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김선규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감독님의 주문대로 내가 던질 수 있는 공을 던지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대하는 김선규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말이다. 김선규는 지난 2년간 아픔이 많았다. LG가 불펜 1위의 힘으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으나 김선규는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팬들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김선규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렸다. 가슴 속에 독을 품고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시즌 초반 그 결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김선규는 “난 2011년에도 그랬고 유명한 선수가 아니다. 감독님께서 내 이름을 떠올려 주시고 기회를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추격조든 필승조든 점수차든 상관없이 내가 던질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며 마운드에 오른다. 그렇
김선규는 스스로 “난 욕을 많이 먹는 선수”라고 했다. 그래서 간절하다. 그는 “말이 아닌 몸으로 보여드리고 싶다. 올 시즌 잘 던진다고 하더라도 이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더 잘 던지고 싶은 욕심만 있을 뿐”이라며 더그아웃을 조용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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