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과 후라고 해야 할까. 바뀌어도 확 바뀌었다.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사기는 땅으로 꺼졌다. 시즌 첫 패에 이어 첫 연패, 그리고 첫 스윕이다. 지난 5일 밤 광주로 내려갈 때만 해도 하늘을 나는 듯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나흘 뒤 밤 축 처진 분위기 속에 대구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KIA가 졌다. NC와 삼세번 겨뤄 다 졌다. 6승 3패. 1위 자리를 NC에게 내주고 공동 3위로 내려갔다. 승률은 6할6푼7리로 여전히 높다. 그러나 ‘6승’의 기쁨 못지않게 ‘3패’의 충격은 꽤 크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처럼 딱 열흘이었다. 어쩌면 단꿈에 젖은 KIA의 현실을 일깨워줬을지 모른다.
먼저 KIA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kt가 첫 승을 거두는 것처럼 천적 관계라는 걸 단번에 깨기 어렵다는 걸. NC는 KIA의 천적이다. 지난 시즌 상대 전적은 5승 11패로 크게 밀렸다.
또한, 나쁜 건 오래가도 좋은 건 오래가지 않는다. KIA의 NC전 3패 중 가장 뼈아팠던 건 지난 9일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다. KIA는 ‘NC 킬러’ 양현종을 앞세우고도 졌다. 양현종은 역대 NC전에 6번 등판해 6승을 거뒀다. 지난해 KIA가 거둔 5승 가운데 4승을 양현종이 안겨줬다. 이른바 NC전 필승 공식이었다. 그런데 그게 깨졌다. 13이닝 연속 무실점을 자랑하던 양현종은 NC전 첫 이닝부터 난타를 당하며 흔들렸다.
↑ KiA는 6연승 후 3연패를 했다. ‘에이스’ 양현종을 앞세우고도 연패 사슬을 끊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사진)의 고심도 커질 듯. 사진=MK스포츠 DB |
그럴 만하다. 잘 되던 게 다 안 되고 있다. 빈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빈틈이 꽤 많다. 잘 돌아가던 선발진은 돌부리에 걸려넘어졌다. 1명도 아니고 3명씩이나. 조쉬 스틴슨, 임기준, 양현종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실점만 무려 19실점이었다. 평균자책점은 3.18-16.50-1.89로 올라갔다. 그 이전 셋의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돌아가며 터지던 타선도 콱 막혔다. KIA가 NC와 3연전에서 뽑은 건 10점. kt와 3연전에서 19점을 얻은 걸 비교하면 반 이상 줄었다. 적어도 거포군단(12개로 공동 2위·1위는 13개의 롯데) 이미지는 확실하다. 홈런이 아니면 점수를 못 뽑았다. 브렛 필(2개), 나지완, 최희섭(이상 1개) 등 중심타선이 한방씩을 날려 5점을 얻었다. 홈런이 아니고서는 점수를 뽑는데 애를 먹었다. 주자가 출루해도 집중타가 터지지 않았다. 27이닝 동안 멀티 득점(2점 이상)을 기록한 건 딱 2이닝이었다. 앞선 경기들과는 대조적이었다.
KIA는 선취점에 대한 부담감도 커졌다. NC에게 3경기 연속 먼저 실점을 했고, 결국 그게 ‘부메랑’이 됐다. 쫓아갔지만 그만큼 상대는 더 멀리 달아났다. KIA는 지구력이 없었다. 막판 스퍼트도 없었다. K
그나마 KIA가 건진 수확은 두 가지. 필은 맹타(13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를 휘둘렀고, 마무리 윤석민은 체력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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