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니시노미야) 안준철 기자] 오승환(33)의 한신 타이거즈가 레전드를 기리기 위한 날에 20년만의 불명예 기록을 다시 썼다.
한신은 9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홈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한신은 5연패에 빠졌고, 시즌 전적은 5승7패가 됐다. 한신이 고시엔 개막시리즈에서 스윕을 당한 것은 1995년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 이후 20년 만이다.
↑ 9일 일본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2015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 한신의 레전드 스타인 재일교포 3세 가네모토 도모아키(47·한국명 김지헌)가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가네모토는 재일교포 3세로도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선수. 1992년 히로시마에 입단한 그는 프로 초년병 시절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격을 불리기 시작하면서 타구 비거리가 늘기 시작했다. 2002년 시즌 후 FA자격을 취득한 뒤, 한신으로 팀을 옮긴 가네모토는 한신의 4번타자를 맡아 2003년과 2005년 팀이 센트럴리그 우승을 하는 데 1등공신 역할을 했다. 2005년에는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네모토를 잘 대변하는 말은 바로 철인이다. 1766경기 연속 출장기록은 이는 기누가사 사치오에 이은 일본 통산 2위 기록이지만, 그 중 1492경기를 무교체로 출장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인 904경기 무교체 출전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고시엔구장 담장 넘어 구석구석 타구를 보냈던 가네모토는 2012년 은퇴를 결심하고 20년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일본어로 형님에 해당하는 ‘아니키’로 불린 선수기도 하다.
은퇴 후에는 스포츠닛폰 평론가와 마이니치 방송 객원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고시엔구장과 한신의 원정 경기를 찾았던 가네모토는 이날만은 다시 한신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었다. 등에는 자신의 현역시절 때 번호인 6번이 새겨져 있었다. 이날 가네모토의 시구에 앞서 고시엔구장 전광판에는 그의 현역시절 활약상이 나왔다. 그리고 장내 아나운서의 “등번호 6번 가네모토”라는 말이 나오자 관중석에서는 큰 함성이 나왔다. 가네모토는 쑥스러운 듯 마운드에 올라가, 가볍게 시구를 마쳤다. 타석에 서 있던 주장 도리타니는 가볍게 헛스윙으로 답례했다. 모자를 벗고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한 가네모토는 옛 동료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구 후 가네모토는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가서 선발투수의 심경 같은 것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날 한신의 5연패로 뜻 깊은 행사는 빛이 바랬다. 무기력한 플레이가 속출했다. 일본 야구관계자들은 경기 후 “한신 선수들이 대선배 가네모토가 현역시절 보여줬던 투지 넘치는 플레이의 반만 따라했더라면, 안방에서 20년만의 수모를 당했을까”라며 고래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