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2시간? 말이 되나. 여행 아이템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한줄기 빛이 된 한국관광공사 박은경 청사초롱 편집장의 귀띔. 2시간 안에 끝내는 목포, 포항 먹방 투어란다. 감이 딱 왔다. KTX. 맞다. KTX 호남, 포항구간이 새로 뚫리면서 새롭게 등장한 ‘삼시세끼’ 맛집 투어다. 소문나면 붐빈다. 초기에 가보시라.
◇ 당일치기 목포 먹방 투어
↑ 목포 맛집 투어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
박은경 편집장이 건네 준 당일치기 목포 투어 일정표. 아, 살인적이다. 이건 숫제 미션 임파서블 수준이 아닌가. 한숨을 내쉬었더니, 웃는다. 해보란다.
속는 셈 치고 도전. 일단 KTX 탑승. 광주역까지 거짓말처럼 1시간30분에 닿는다. 세상에. 이건 혁명이다. 역사 앞으로 나와 바로 택시 탑승. 넉넉잡아 딱 2시간 만에 목포다. 과거라면 상상할 수 없는 시간대다.
2시간에 목포에 닿고 보니, 여유가 생긴다. 일단 유달산 행. 놀랍게 유달산 정문격인 노적봉까지, 역에서 걸어서 딱 15분이다. 노적봉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봉우리를 이엉으로 덮어 멀리서 보면 마치 군량미처럼 보이도록 해 왜군들의 사기를 꺾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 이곳엔 닮은 꼴 포인트가 있다. 바로 사람 ‘얼굴’을 닮은 바위. 전남 신안 하의도게 ‘큰바위 얼굴’ 옆 모습이라면, 노적봉은 맨 윗 부분이 하늘을 향해 떡하니 쳐다보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다.
노적봉 찍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구 일본영사관부터 나상수 가옥까진 지척이니 대충 투어. 본격적인 먹방투어는 오후 2시가 넘어서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목포여객선터미널 근처. ‘목포 5미’ 중 하나인 꽃게살 무침으로 소문난 집이 있다. 참기름 가득 뿌린 밥에 꽃게살 무침 한 큰 술. 쓱쓱 비벼서 김에 싸 먹는데, 아, 소리가 절로난다.
여기서 포기하면 안된다. 기어이 맛봐야 할 삼시세끼 코스는 ‘중화루 중깐. 이 집 내공 만만치 않다. 옛 동본원사 목포별원 앞에 자리한 목포에서 가장 오래된 중국집이다. 하이라이트 메뉴는 중깐. 고기를 잘게 다져 넣은 유니짜장 같은 맛이다. 토핑이 기가 막힌데, 이게 달걀 부침. 맛, 궁금하시다고? 미안하지만 비밀이다.
후식은 필히 ‘코롬방제과’와 ‘오색분식’으로 달려가야 한다. 코롬방제과는 군산 이성당과 함께 호남 지역 오래된 빵집 양대 산맥이다. 70년 역사다. 줄서서 꼭 사와야 하는 대표적인 빵은 크림치즈바게트와 새우바게트. 마른새우를 갈아 넣고 반죽한 빵에 머스터드 소스를 듬뿍 발라 준다. 오색분식은 못난이 빵의 메카. 진짜 울퉁불퉁 못생겼다. 맛? 아, 차라리 말을 마시라. 찐빵 모양의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늘려 기름에 튀겨낸다. 심지어 예약은 필수.
▶ 목포 100배 즐기는 Tip = 목포 평화광장 앞, 세계 최초 부유식 바다 분수도 꼭 보실 것. 높이 70m까지 솟는다. 사이트에 신청하면 신청곡도 틀어주는 똑똑한 음악분수다. 코롬방 제과 주소는 목포시 노적봉길 9(061-244-0885). 오색분식은 자유로 82번길 2(061-245-0448).
◇ 당일치기 포항 먹방 투어
신통방통이다. 그렇게 가기 힘들어 등 한복판, 손이 절대 닿지 않는 가려운 곳으로 일컬어 지는 포항. 헌데, KTX가 떴다. 서울 포항 최단시간은 단 2시간15분.
박은경 편집장은 서울 아줌마들의 ‘당일치기 대게 런치’코스로 강추한다. 조금만 서두르면 구룡포 대게로 점심을 먹고 죽도시장에서 장을 본 다음, 서울로 되돌아와 저녁상까지 차릴 수 있다는 것. 좋다, 그렇게 도전.
포항은 ‘심장이 두 곳’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는 포스코의 용광로, 또 다른 하나는 죽도시장이다. 포스코 용광로에선 뻘건 쇳물이 끓고, 죽도시장엔 팔딱팔딱 뛰는 활어의 심장과, 시장 상인들의 활기가 끓어오른다. 당연히 삼시세끼 투어의 메카.
시장(?)하다면 시장 안 고등어구이 골목과 수제비 골목으로 바로 달려가면 된다. 고등어구이 골목에선 고등어 한 마리 구워내는 비빔밥 백반상이 1인분에 4500원 선. 선도를 따진다면 1만원을 받아도 아깝지 않는 맛이다. 구수한 누룽지 숭늉으로 시작해 8가지 반찬이 쟁반에 빼곡한 것도 매력.
수제비 골목은 한 술 더 뜬다. 수제비가 3500원. 칼국수도 같은 가격이다. 칼국수, 수제비 뭐, 시킬 지 고민이시라고? 그렇다면 ‘칼제비’를 드시면 된다. 고민을 덜어주니 역시나, 인기 짱.
이곳 먹방 투어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 된장이다. 바다 포항이 아니라, 산골 포항을 볼 수 있는 반전의 명소, 죽장연이 포인트다. 죽장연은 100% 국산 콩으로 메주를 쒀서 질항아리에 담아 맛을 낸다. 위치는 포항의 서북쪽 끝, 오지산골이다. 장항아리만 3000 독이 넘게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절경.
포항의 숲을 보고 맛투어를 끝냈다면, 이젠 가지, 잎을 볼 차례. 미세하게 들어가 보자. 꼭 찾아야 할 고깃집은 ‘다미촌’. 이곳에서 다미촌 운영하는 함순복 이모 모르면 간첩이다. ‘철강왕’ 고 박태준 회장에 빗대 ‘소폭왕’으로 불린다. 함 이모는 온라인과 SNS를 뜨겁게 달궜던 폭탄주 제조의 여왕. 40대임에도 섹시한 외모에 환한 웃음까지 던지며 손님상에서 기묘한 폭탄주를 말아 낸다. 그래도 원칙은 있다. 낮술 노(No), 1인 1잔이다. 낮에는 절대 말아주지 않는다. 밤에는 한 사람에게 딱 한 잔만 말아준다.
후식은 필히 ‘철규분식’에서 드실 것. 50년 전통의 분식집이다. 작고 볼품은 없다. 하지만 시골 찐빵(3개 1000원), 이거 예술이다. 특이한 룰도 있다. 잔치국수(2000원) 또는 단팥죽(2000원)과 함께 찐빵을 먹으러 오는 단골손님을 위해 찐빵만 따로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뭐, 그래도 좋다. 국수, 단팥죽 다 훌륭하니.
▶ 포항 100배 즐기는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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