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K·K·K·K·K·K.’팀 패배에 가려서 그랬지, 한승혁(KIA)의 시즌 첫 투구는 강렬했다. 지난 18일 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넥센 타선을 잠재웠다.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KIA의 연패로 쓸쓸히 돌아갔던 KIA팬에게 유일한 위안거리가 됐다.
한승혁은 지난 17일 임기준을 대신해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일정에 따른 임기준의 선발 로테이션이 밀리면서 한승혁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내 찾아온 기회다. 한승혁은 옆구리 염좌로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귀국했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지만 ‘빛나는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착실히 준비를 했다. 그리고 하루 뒤 호출이 왔다. KIA가 1-4로 뒤진 7회 1사 2루서 임준섭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한승혁은 “(1군 경기가)너무 오랜만이라 긴장이 됐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며 공을 던지려 했다”라고 했다.
그의 첫 타자부터 ‘괴물’이었다. 타석에는 ‘홈런왕’ 박병호가 섰다. 그는 앞서 홈런을 때렸다. 하지만 한승혁은 스필리터로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자신감은 커졌고, 긴장감은 다소 풀렸다.
↑ KIA의 한승혁은 18일 광주 넥센전에서 강속구를 앞세워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인상적인 첫 경기를 치렀다. 사진=MK스포츠 DB |
김기태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한승혁이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도 좋고 잘 던졌다. 어제 아주 좋은 투구를 펼쳤다”라고 칭찬했다.
사실 스스로도 깜짝 놀락 호투였다. 한승혁은 “탈삼진 6개를 잡았는데 나도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 (이대진)코치님께서 ‘삼진보다 아웃카운트를 잡는 게 먼저’라고 하셔서, 그에 충실하려 했다. 코스가 워낙 좋았다”라고 말했다.
한승혁은 빠른 공이 일품이다. 이날 최고 구속은 155km. 거기에 제구까지 되며 한층 업그레이드가 됐다. 넥센 타자들은 한승혁의 공을 치는데 힘겨워했다.
한승혁은 “평정심을 갖고 임하니, 힘이 실리는 데다 콘트롤까지 된다. 파울을 유도해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아가니 한결 편하게 던지게 되더라. 뭐랄까, 점점 적응하는 느낌이 든다”라면서 “퓨처스리그에서는 100개 넘는 공을 던져야 해 완급을 조절했다. 그러나 ‘힘으로 가자’라고 (이대진)코치님께서 말씀하시더라. 구속이 빨라지고 신경 쓰던 제구까지 잘 되는데 앞으로도 잘 되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불펜으로 첫 경기에 나섰지만 한승혁은 시즌 전 선발 경쟁을 벌였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김기태 감독도 한승혁을 ‘당분간’ 불펜으로 활용할 방침이나, 향후 선발투수로 기용할 계획도 있다. 김기태
하지만 한승혁은 어떤 보직이든 마다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한승혁은 “선발 욕심은 없다. 특별한 목표나 기록도 없다. 그저 마운드에서 ‘내 공’을 던지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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