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열린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6383야드) 18번홀(파4·402야드).
챔피언조에서 11언더파로 박인비(27·KB금융그룹)와 공동 선두를 유지하며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김세영(22·미래에셋)의 하이브리드 티샷이 강한 뒷바람을 타고 해저드로 빠졌다. 벌타를 받고 피칭 웨지로 강하게 친 세번째 샷도 그린에 오르지 못하고 홀에서 약 6m 가량 떨어졌다. 박인비는 두번째 샷을 그린에 잘 올렸고 첫번째 퍼팅을 홀 바로 옆에 세우며 승기를 잡았다.
김세영은 그린 밖 칩 샷이 들어가야만 연장전에 갈 수 있는 상황. 확률은 거의 없어보였지만 절망 끝에서 김세영의 ‘기적 같은 드라마’가 시작됐다. 김세영의 칩샷이 그린에 한번 튀긴 뒤 굴러 홀로 빨려 들어간 것. 극적인 칩인 파. 김세영은 이 상황을 떠올리며 “이것 아니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칩인할때 홀에 집어넣는 것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5cm도 안되는 파퍼팅을 남기고 우승을 눈앞에 뒀던 박인비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김세영과 피말리는 연장전 승부로 돌입해야 했다.
연장 첫번째 홀. 앞서 신기의 칩샷을 선보였던 김세영은 이번에는 안전하게 티샷을 했고 홀까지 150야드를 남겨뒀다. 그리고 8번 아이언을 잡고 힘차게 높은 탄도로 볼을 쳐냈다. 뒷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볼은 그린 앞쪽에 한번 맞고 그린에서 한번 더 튄 다음 홀 속으로 그대로 사라졌다. ‘칩인 파’에 이어진 두번째 기적. 세컨샷 이글이 터져나온 순간이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됐던 김세영은 갤러리들의 환호성이 크게 들려오자 어안이 벙벙한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이글에 성공한 것을 눈치채고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비슷한 위치에서 친 박인비의 두번째 샷이 그린 앞쪽에 멈추며 승부는 그대로 막을 내렸다.
김세영은 우승이 확정된 이후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정말 믿을 수가 없었다. 공을 가까이 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투어 통산 6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던 김세영이 처음으로 최종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출발해 우승을 차지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첫 ‘선두 우승’으로 프로 통산 7승(KLPGA 5승·LPGA 2승)을 신고한 김세영은 지난 2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우승에 이어 올 시즌 LPGA투어에서 가장 먼저 2승 고지를 밟았다. 또 김세영은 우승 상금 27만 달러(약 2억9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69만9735 달러로 상금 부문 선두로 올라섰고 신인왕 순위에서도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또 한국 기업이 후원하는 롯데 챔피언십에서 2012년 이후 4번째 대회만에 ‘첫번째 한국선수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에게 이번 대회 우승이 더 기쁜 이유가 있다. 바로 ‘선두 출발 패배’의 아픔을 한번에 씻어냈다는 점이다. 김세영은 앞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에서 단독 선두로 출발해 전반 9개 홀까지 2타 앞선 선두를 지켰으나 후반 홀에서 샷이 무너지며 공동 4위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 3라운드를 마치고 인터뷰에서 “당시 플레이를 하며 많이 배웠다. 이번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고 현실로 만들었다.
박인비는 짧은 버디 퍼트가 두번이나 홀을 돌아나오는 불운 속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또 ‘한국선수 챔피언조’를 이뤘던 김인경(27·한화)은 11언더로 공동선두에 올라 치열한 접전을 펼쳤지만 17번홀과 18번홀에서 각각 1타씩 잃으며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단독 3위에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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