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빌 클린턴(69)이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지 부시(91)의 재선을 저지하고 당선될 수 있던 결정적인 말이다. 대선 1년 전 ‘걸프 전쟁’의 승리로 고조됐던 부시는 국내 문제를 놓치고 있었다.
2013-1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에도 33라운드까지 최다득점을 자랑한다. 그러나 4차례에 걸쳐 21주 동안 2위만 하더니 리그 5경기가 남은 현재 1위 첼시 FC보다 승점이 12나 적은 4위로 내려가 있다. 지금 맨시티에는 “문제는 수비야, 바보야”라는 말이 어울린다.
표면적으로는 맨시티의 수비가 왜 심각한지 모를 수도 있다. 첼시가 맨시티보다 1경기를 덜 치르긴 했으나 득실차로는 6점, 총 실점으로는 8점 차이가 고작이다. 경기당으로는 0.18~0.24점밖에 안 된다. 그러나 안으로는 크게 곪아있다.
↑ 맨시티의 콩파니(오른쪽)가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원정에서 헤딩을 허용하고 있다. 콩파니는 주장임에도 이번 시즌 수비수 최저 평점을 기록 중이다. 사진(잉글랜드 런던)=AFPBBNews=News1 |
다른 세부기록을 보면 맨시티의 2014-15 EPL은 둘 다 맞다. 경기당 태클 성공이 20.3회로 10위인데 성공률은 39%로 19위, 즉 꼴찌를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막강 화력을 보유했음에도 태클 성공이 10위 안에 든다는 것은 실점 위기도 많았다는 얘기다. 성공 횟수가 제법 많음에도 정확도가 최하위권이라는 것은 쓸데없는 시도나 태클 능력 부족 등 어느 쪽으로 봐도 결국 수비 실력의 문제다.
태클만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맨시티는 경기당 돌파 허용 12.5회로 이번 시즌 EPL에서 가장 많다. 33라운드 기준 리그 일정의 63.6%나 2위였던 팀의 드리블 저지 능력이 최하위라는 것이다. 맨시티의 점유율이 60.7%로 2014-15 EPL 1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 심각하다. 경기 시간의 39.3%만 공격하는 상대를 맞이해서도 형편없는 대인방어를 보여주고 있다.
공을 가진 누군가를 태클로 저지하거나 전진을 지연시키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그 전에 공격 흐름을 끊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로채기나 걷어내기는 신체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기에 부상 위험이 많은 태클보다 안전하기도 하다. 역동적인 돌파를 따라가다 근육에 무리가 와 다치는 경우도 많으므로 위협적인 존재에게는 공 자체가 많이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대일 수비도 허술한데 사전 차단이 잘 될 리가 없다. 맨시티의 경기당 가로채기는 14.5회로 이번 시즌 EPL 12위에 불과하다. 걷어내기는 더 심하여 경기당 22.7회로 최하위다. 태클 시도가 1위인데 ‘얼마 전까지 리그 2강이었던 맨시티는 수비 기회 자체가
상대 점유율이 40% 미만인데도 수비 지표가 이 모양이라면 공격력이 둔화되면 실점이 급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맨시티에는 리버풀 FC의 라힘 스털링(21·잉글랜드) 같은 공격자원의 영입설만 들린다. 수비 개선 없이는 EPL 2연패 무산에 이어 다음 시즌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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