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조 1위는 물 건너갔다. 16강 진출 확률은 높지만, 100%는 아니다. 3년 만에 탈락의 쓴맛을 볼 수도 있다. 출발은 분명 좋았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전북은 지난 22일 지독한 악연에 울었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의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졌다. 이동국이 홀로 2골을 터뜨리며 역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최다 득점을 경신했음에도 승부를 뒤집진 못했다.
전북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에서 2승 2무 1패(승점 8점)를 기록, 가시와(승점 11점)에게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조별리그 마지막 1경기가 남아 있으나 순위 역전은 불가능하다. 승점이 같더라도 상대 전적을 우선시하는데 전북은 1무 1패로 가시와에 열세다. E조 1위는 가시와로 최종 결정됐다.
16강 진출의 길은 E조 2위뿐이다. 그런데 그 길도 향후 험난할 수 있다. G조 1위를 상대하는데, 수원 삼성 혹은 베이징 궈안(중국)이다. 부담스런 상대들이다.
↑ 전북(녹색 유니폼)은 22일 가시와에게 2-3으로 패하면서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까지 발생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ACL 공동 취재단 제공 |
아시아 최강 클럽 등극을 목표로 세웠던 걸 고려하면, 체면이 구겨질 수 있다. 가시와만 이겼으면, 전북과 가시와의 입장은 정반대가 될 수 있었다. E조 1위는 가시와가 아닌 전북의 자리였을 수 있다. 역대 전적 1무 5패, 가시와와 전북은 ‘상극’이었다.
그렇다고 전북이 가시와 원정에서 삐끗한 게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전북이 비단길이 아닌 가시밭길을 걷게 된 데에는 그보다 앞의 경기, 즉 4차전이 문제였다. 빈즈엉(베트남) 원정에서 다 잡은 승리를 놓친 게 ‘부메랑’이 됐다. 1-0의 리드를 못 지키고 종료 직전 실점해 승점 1점을 따는데 그쳤다.
빈즈엉을 이겼다면, 전북은 16강 진출이 사실상 확정이었다. 산둥 원정에서 4-1로 크게 이겼던 터라, 가시와와 산둥에게 모두 패해도 최소 E조 2위를 확보한다. 가시와 원정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가시와보다 승점 2점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급한 건 전북이 아니라 가시와였다. 굳이 극단적인 공격 전술을 꺼내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빈즈엉전 무승부로 인해 가시와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상대 전적의 우위를 고려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청산까지 더해서.
최강희 감독은 “수비 위주로 무승부를 하기보다 공격 위주로 승리를 하려고 했다. 미드필드 싸움도 포기하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첫 실점으로 균형이 무너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두르다가 경기를 완전히 내줬다”라고 말했다.
전북은 이동국, 에두, 레오나르도, 이재성, 한교원 등을 앞세워 ‘닥공’을 강화했으나, 오히려 가시와의 역습에 측면이 무너졌다. 전북이 포기한 미드필드 싸움에 가시와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는 승리로 직결됐다.
E조 1위를 놓쳤으나 전북은 여전히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산둥전은 원정이 아닌 홈에서 열린다.
쉽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어렵게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빈즈엉 원정 무승부가 결과적으로 전북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 앞으로 잠시 쉬어갈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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