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안준철 기자] 롯데시네마의 흥행이 한창이다. 극장 얘기가 아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불펜을 말하는 것이다.
올 시즌 들어 롯데의 진땀승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길 때뿐만 아니라, 질 때도 흥미진진하다.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9회에만 4명의 투수가 올랐다가 결국 5점을 내주며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23일 광주 KIA전에서는 7-6으로 승리하며 4연패 사슬을 끊었지만 7-1의 리드를 7회부터 9회까지 다 까먹은 사실로 볼 때 찜찜한 기분이 드는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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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몫은 역시 불펜이었다. 7회 2아웃을 잡은 이상화가 내려가면서 시작됐다. 8회에는 4명의 투수가 3점을 내줬다. 타선도 화끈했지만, 불펜도 화끈하게 점수를 내주며 7-5가 된 것이다. 8회말 2사 이후 김승회가 마운드에 올라 급한 불을 껐지만 9회에는 김승회가 극장을 이어갔다. 1실점하며 7-6으로 추격을 허용했고, 2사 만루위기까지 자초해 자칫 잘못했다가는 역전패에 몰릴 뻔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차일목과도 풀카운트 승부. 다행히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롯데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애초 개막 무렵까지만 하더라도 롯데의 고민은 선발진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불펜이 문제다. 평균자책점 5.77로 10개 구단중 8위다. 블론세이브는 3개다.
마무리로 낙점 받은 김승회가 구위가 올라오지 않아, 그날 컨디션이 가장 좋은 사람이 경기를 끝내는 집단 마무리 체제로 변한 게 불펜 불안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돌아가면서 경기를 끝내기는커녕 돌아가면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 그나마 평균자책점 3.12인 이명우와 2.08인 심규범이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좌완스페셜리스트라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정재훈과 최대성은 2군으로 내려갔다.
확실한 필승조가 없으니, 경기 막판 롯데 운영은 급할 수밖에 없다. 타선에서 많은 점수를 내줘야 안심할 수 있다. 하지만 점수를 더 내는 방식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 5월 복귀가 유력한 강영식이나, 재활 중인 정
이종운 감독은 “선수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뾰족한 대안이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믿음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매번 가슴 떨려서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겠다”는 롯데팬들의 하소연은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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