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세비야(스페인), 나폴리, 피오렌티나(이상 이탈리아), 그리고 누구? 2014-1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진출 팀 가운데 생소한 이름이 하나 있다. 드니프로(우크라이나)가 생존했다.
드니프로는 1918년 창단 이래 가장 뜻 깊은 밤을 보냈다. 24일 오전(한국시간) 클럽 브뤼헤(벨기에)와의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후반 37분 키예프의 올림픽 스타디움서 함성과 환호가 터졌다. 샤코프의 기막힌 왼발 슈팅이 골키퍼 라이언의 손을 피해 골문 안으로 쏙 들어갔다. 유로파리그 준결승 티켓 예약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와 달리 변방의 힘이 셌다. 2010-11시즌 이후 2011-12시즌을 제외하고 소위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의 ‘빅5’ 외 다른 리그에서 1팀은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그 중심은 항상 포르투갈이었다.
↑ 드니프로가 24일(한국시간) 2014-15시즌 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진출이 확정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드니프로)=ⓒAFPBBNews = News1 |
디나모 키예프, 샤흐타르 도네츠크, 메탈리스트 카르키프만 알려져 있던 우크라이나리그에서 드니프로는 생소하기만 하다. 우크라이나리그 우승도 1987-88시즌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뒤를 이어 상위권(4위)을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시즌에는 메탈리스트 카르키프, 디나모 키예프를 따돌리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No.2’도 21시즌 만이었다.
드니프로의 유로파리그 생존에는 ‘행운’도 없지 않다. 대진 운이 좋았다. 32강 토너먼트부터 올림피아코스(그리스), 아약스(네덜란드), 클럽 브뤼헤를 차례로 싸웠다. 빅리그 팀을 쏙쏙 피했다.
조별리그 성적도 2승 1무 3패(승점 7점). 3패를 하고도 통과를 한 건 올보르(3승 3패·덴마크)와 드니프로뿐이었다. 올보르보다 승점 2점이 적으니, 드니프로는 조별리그 통과 최소 승점 팀이었다. 이마저도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생테티엔(프랑스)를 1-0으로 이겼기에 가능했다.
그렇지만 마냥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생존 의지가 무섭다. 빅리그 팀은 아니더라도 올림피아코스, 아약스, 클럽 브뤼헤는 드니프로보다 한 수 위다. 하지만 ‘도장 깨기’ 마냥 차례로 격파하고 있다. 클럽 브뤼헤의 경우, 무패의 팀(16강까지 7승 3무)이었다. 21득점으로 막강 화력을 자랑했지만 드니프로 앞에서 2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유로파리그의 패권은 항상 서유럽이었다. 샤흐타르의 2008-09시즌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 우승 이후 동유럽은 찬밥이었다. 개편 이래, 2012-13시즌 페네르바체(터키)가 유일하게 준결승에 올랐으나 벤피카의 벽을 못 넘었다. 드니프로가 두 번째 도전이다.
이번엔 대진 운이 따르지 않는다. 누가 됐든 빅리그다. 세비야, 나폴리, 피오렌티나 중 한 팀이다. 조별리그 이후 빅리그를 다시 상대한다. 조별리
사상 첫 유로파리그 준결승까지 오른 드니프로의 돌풍은 얼마나 더 지속될까. 페네르바체는 물론 다른 동유럽 팀도 이루지 못했던 유로파리그 첫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그 꿈까지 딱 3경기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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