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프로 데뷔 이래 최악의 투구를 한 지 5일 후, 한 번 더 주어진 기회였다. 하지만 악몽에서 깨어나기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문경찬은 지난 19일 넥센전만 떠올리면 치가 떨릴 터. 넥센 타자들에게 물씬 두들겨 맞았다. 문경찬의 공이 배트에 닿기만 하면 쭉쭉 뻗어갔다. 3회 문우람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2이닝 6피안타 1피홈런 5실점. 문경찬이 조기 강판되면서 불펜이 급히 가동됐지만 달아오른 넥센 타선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4-15 대패.
지난 11일 삼성전에 이은 두 번째 패전. 그래도 삼성전에서는 박한이-최형우 콤비 플레이에 당한 것.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문경찬을 믿었다. 그는 “최형우가 워낙 잘 쳤다. 신인이 선발 한 자리를 꿰찬 건 대단한 것이다.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KIA의 문경찬이 24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1회부터 악몽에 시달렸다. 안타 3개 및 4사구 3개로 3실점을 했다. 2사 만루 위기서 양의지와 김재환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았다. 공이 한 가운데로 몰렸다. 최주환을 사구로 출루시키며 다시 만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재호를 삼진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돌변했다. 5일 전처럼 속절없이 무너지지 않았다. 2회부터 문경찬은 전혀 다른 투수였다. 제구가 잡히면서 허를 찌르는 공으로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하지만 KIA 야수진은 달라지지 않았다. 문경찬은 수비 도움을 받지 못했다. 4회 2사 2루에서 민병헌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강한울이 흘리더니 3루 베이스 안쪽으로 빠진 정수빈의 타구마저 좌익수 김다원이 엉거주춤 놓치며 3루타로 만들어줬다. 실책이 아닌 안타로 기록되며 문경찬의 자책점만 5점으로 늘었다.
5회도 다르지 않았다. 홍성흔과 오재원을 뜬공으로 잘 처리했지만, 우익수 나지완이 평범한 타구를 잡았다 놓쳤다. 허탈한 순간. 4회에 이어 이닝을 끝마칠 수 있던 걸 못 끝냈고, 이는 문경찬의 위기로 연결됐다. 곧바로 김재환의 안타가 터지면서
문경찬은 데뷔 첫 승을 거뒀던 5일 kt전 이후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버티지 못했다. 두산전에서 출발만 불안했지, 차차 안정감을 찾아갔다. 그러나 불운까지 겹치면서 문경찬은 다시 한 번 조기 강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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