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에서 가장 어려운 게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는 말이 있다. 정답은 없다. 오답만 있지. 결과에 비춰지니 잘 해야 본전인 셈이다.
감독마다 스타일이 있고 야구인마다 의견이 다르다. 그렇지만 그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건 공통된 이야기다.
만약 때가 되거나 승부처라고 판단해 바꿨는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어떤 심정일까. 표현은 잘 안 하더라도 아마 죽을 맛일 것이다. 믿음의 카드가 깨진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다. 김기태 KIA 감독과 김태형 두산 감독이 25일 그런 심정이었을 터다.
↑ KIA는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2-2로 맞선 6회 서재응을 대신해 임준섭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후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먼저 ‘아차’ 싶었던 건 김기태 감독이었다. 6회 1사 후 서재응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위기는 아니었다. 서재응의 투구수도 74개였다. 1군 첫 등판서 38세 투수를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걸로 보였다.
KIA가 꺼낸 카드는 입준섭. 3일 연속 투입이었다. ‘기나긴’ 허리 싸움으로 판단했건만, 임준섭은 균형을 너무 쉽게 깼다. 첫 타자인 김재환에게 143km 속구를 던졌다가 좌월 홈런을 얻어맞았다. 임준섭의 네 번째 공으로 허탈한 역전 허용이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김태형 감독 또한 골치가 아팠다. 승부처로 여기며 불을 끌 소방수를 내세웠는데, 불만 더 키웠다.
두산은 8회 1사 후 함덕주가 브렛 필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김강률로 바꿨다. 지난 11일 잠실 LG전 이후 6경기 연속 무실점 중인 ‘믿을맨’이었다.
그러나 김강률은 나지완을 상대로 1B 2S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3개 연속 볼을 던져 주자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 이어 이범호와 대결서 좌중간의 큰 타구를 맞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다시 홈으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4-3 재역전이 됐다.
↑ 두산 김강률은 25일 잠실 KIA전에서 3-2로 앞선 8회 1사 1루서 등판했지만 역전을 허용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
흐름을 잡은 건 두산. 연장 들어 이재우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재우는 야수의 도움을 받지 못하며 결승 실점을 했다. 브렛 필의 내야안타와 김다원의 안타 시 부정확한 홈 송구는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윤석민의 부끄러운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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