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신수(33·텍사스레인저스)의 타격 메커니즘에 관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 파블로 산도발(보스턴)의 타격과 비교하면서 유연한 중심이동과 강력한 회전력이 돋보이는 추신수의 탐나는 테크닉을 구간별로 들여다봤었다. 기술적으로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타자였다.
지난해의 부상과 수술을 딛고 새롭게 도전하는 추신수의 올 시즌을 응원하고 있는데, 개막 첫달의 페이스가 좋지 못하다. 28일(한국시간) 경기로 1할 밑으로 떨어졌다니 그의 타율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배트스피드가 뚝 떨어졌다는 소리도 들려서 깜짝 놀랐다.
↑ 추신수의 올시즌 타격폼에서는 지난해 부상부위인 왼발목과 왼팔꿈치가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AFPBBNews=News1 |
추신수는 지면반력을 이용해서 힘을 생산하는 스트라이드 구간에서 누구보다 안정적인 중심이동을 보여주던 타자다. 이 구간에서 발생하는 순발력(power)은 힘과 속도의 곱이 되는데, 지난해 발목을 다쳤던 왼발(뒷발)이 예전만큼 힘 있게 밀어주지 못하는 것 같다.
스윙에서 달라져 보이는 부분은 왼 팔꿈치다. 좌타자 추신수는 왼 팔꿈치를 몸통에 밀착시키고 힘차게 회전하는 인아웃 스윙의 빼어난 스킬을 가지고 있는 타자다. 그런데 요즘 스윙에서는 왼 팔꿈치의 날카로운 각도가 나와주지 않으면서 자꾸 아웃인 스윙이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이 늘어났다. 추신수는 지난해 여름 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중심이동과 스윙에서의 변화로 최적의 밸런스가 무너진 추신수의 타격은 강력했던 회전운동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골반이 예전처럼 유연해보이지 않고, ‘잠김’ 증상이 우려되는데 이는 앞선 타격구간에서의 부조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왼팔 피로가 있었고 개막 초반 잠깐 등에 통증도 있었지만, 다행히 추신수의 몸은 모두 회복됐다고 한다.
부상이나 재활을 겪어낸 선수들이 몸의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이후에도 예전의 자세를 곧바로 회복하지 못하는 일은 사실 흔한 편이다. 몸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재활기간에 통증 부위를 피하면서 힘을 쓰는 버릇을 얻게 됐을 경우, 또는 말끔히 건강을 회복했는데도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예전의 부상부위를 본능적으로 경계하면서 미세하게 폼이 바뀌는 경우 등이 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답답한 사람은 추신수 본인이겠지만, 스스로 예전의 타격자세와 현재의 타격자세를 구간구간 차근하게 체크하면서 하루 빨리 자기 폼의 디테일을 회복해야겠다.
그가 되찾아야 할 ‘추신수’는 안정적이고 기능적인 타격폼을 완성한 테크니션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 추신수는 원래 안정적인 중심이동과 강력한 회전력이 돋보이는 기능적인 타격폼을 가지고 있는 타자다. 사진=AFPBBNews=New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