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kt가 박세웅(20·롯데)을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려고 했던 계획은 틀림없이 진심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워낙 현실이 다급해진 kt에게는 미래와 가능성을 내주어야 손에 쥘 수 있던 절박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사실 박세웅 같은 투수는 트레이드로 얻기 힘든 유형이다.
선수의 근력이 26세 전후에 정점을 찍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세웅은 앞으로 6~7년은 힘과 스피드에서 더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몸을 좀 더 키우면 현재 시속 140km 중반대인 패스트볼 구속을 전성기 때까지 150km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높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 신생구단 kt의 대표 루키였던 박세웅은 전격 트레이드 하루 뒤인 3일 대전구장에 도착, 원정중이던 롯데 선수단에 합류했다. 사진(대전)=김영구 기자 |
우선 중심의 흔들림이 적은 안정적인 투구동작의 박세웅은 기본적으로 제구력을 갖고 있는 투수로 보였다.
슬라이더, 커브, 써클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의 변화구를 던질 수 있으니 선발 투수로서의 기초 자질을 갖춘 셈인데, 변화구의 컨트롤 역시 어느 정도 잡혀있었다. 실제 등판에서 4사구를 많이 내준 경기들이 있었지만, 이는 컨트롤이 없어서라기보다 아직 경험이 적어 운영 능력이 부족한 탓이 크다.
앞으로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경험과 경기에 대한 적응력을 기르고 나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제구력 때문에 애먹을 투수 유형은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할수록 기복은 줄어들 수 있는 타입이다.
볼 배합 측면에서 보면, 변화구 비율이 너무 높아 보이는 경기들이 있었다. 이는 아직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충분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속구의 구위를 끌어올리는데 포인트를 두고 많은 단련을 해야 할 것 같다.
박세웅에 대한 인상 중에 가장 좋았던 것은 몸쪽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였다는 점이다. 흔히 마운드에서 가장 고생이 심한 투수의 단점으로 ‘새가슴’을 꼽는데, 이 부분에서도 박세웅은 좋은 자질을 갖춘 투수로 기대해볼 만하다.
현역 때 트레이드를 겪어봤지만, 선수에겐 정말 충격이 크다. 주위에서 아무리 그렇게 얘기를 해도, 누군가가 원해서 뽑혀간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일단 ‘우리 팀이 나를 내보냈다’는 데 대한 실망감과 소외감이 먼저여서 어지간히 맘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선수에게 진짜 기회는 예상하지 못한 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온다.
희소한 대형포수 자원인 장성우(25·kt)에게도, 한때 kt가 미래를 걸고 싶었던 박세웅에게도, 그리고 실력을 펼칠 기회가 필요한 이창진 하준호 최대성 윤여운(이상 kt)은 물론, 바로 롯데의 불펜에 투입된 이성민과 젊은 유망주 조현우 안중열(이상 롯데)에게도 당혹감을 오기로 바꾸고 도전해야할 기회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