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나지완이 내려놓은 KIA의 4번타자, 그 고정 주인은 현재 없다. 돌아가며 ‘네 번째 타자’가 됐다. 당분간 그 방침은 변하지 않을 듯. 그런데 한 가지 고민을 덜었더니 다른 고민이 생겼다. 나지완이 아니더라도 4번 타순에만 배치되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마’가 낀 것도 아닌데 참 이상하다.
KIA는 올해 27경기를 치르면서 선발 4번타자로 4명을 가용했다. 나지완(23경기)과 최희섭(이상 3경기), 이범호, 브렛 필(이상 1경기)이다. 이들이 4번 타순에 배치됐을 때 타율은 형편없다. 103타수 20안타로 타율이 2할(1할9푼4리)에도 미치지 않았다. 나지완이 84타수 15안타를 기록했으며, 최희섭과 이범호도 각각 11타수 2안타,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필만이 4타수 3안타로 제 역할을 다 했을 뿐이다.
↑ 최희섭(왼쪽)은 지난달 30일 나지완에게 바통을 넘거 받아 4번타자로 2경기를 뛰었지만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침묵이다. 잘 치던 이들이 4번 타순에 가니 헛쳤다. 지난 3경기에서 KIA 4번타자의 기록은 11타수 무안타였다. 희생타도 없었다. 안영명(한화), 김광현, 켈리(이상 SK) 등 에이스급 투수를 상대했다고 하지만 초라했다.
공교롭게 그 3경기에서 4번이 아닌 타순에 기용됐을 때, 이 둘은 나란히 안타를 쳤다. 이범호는 6타수 3안타를, 최희섭은 1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상하게 4번 타순에 서면 작아졌다.
상대가 가장 부담을 느끼고 경계해야 할 4번타자인데, KIA는 그런 위협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나지완의 타격감을 살아나면 낫겠으나, 4번타자 자리를 내려놓은 이후에도 5타수 무안타로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주 이홍구, 이은총이 깜짝 활약을 펼쳤으나 여전히 타선이 침체된 KIA다. 팀 타율(2할4푼9리)과 출루율(3할3푼4리) 모두 9위다. ‘3승’의 kt, 바로 위다.
타선에 힘을 실어줄 ‘카드’는 있다. 시범경기 막판 부상으로 쓰러진 신종길의 복귀가 임박했다. 퓨처스리그까지 뛰며 실전 감각도 키웠다. 김
천군만마가 되겠으나 4번타자는 아니다. 이들이 와도 네 번째 타자에 대한 고민이 가시는 건 아니다. 결국 기존 자원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뾰족한 수가 있을까. 그저 믿고 기다릴 따름이다. 4번 타순에서도 잘 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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