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또 한 번의 ‘원탑’ 삼성의 시즌이 예상됐던 2015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의 대항마’로 꼽혔던 두 팀이 있다. SK와 두산이다.
‘틀려야 제 맛’인 전문가 예상이 올해는 개막 한 달을 지난 현재, 적어도 상위권에서는 들어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의 두산에 이어 이번 주말엔 SK가 삼성에 맞서고 있다.
먼저 지난주 대구 원정을 떠났던 두산은 상처뿐인 회군을 했다. 마운드의 주력이었던 장원준 김강률의 부상과 2연패의 쓴맛만 본 채, ‘아직은 때가 아닌’ 항전을 접었다.
↑ SK 김성현이 8일 문학구장 삼성전에서 결승타가 된 7회 대타 3점홈런을 때려내고 홈인한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들이 ‘고수들의 한판’을 벌였다. 김광현(SK)과 장원삼(삼성)이 씩씩하게 꽂아대는 스트라이크는 날카로운 긴장감의 고품격 투수전을 만들었다.
스트라이크존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타이트한 템포로 맞혀 잡는 장원삼은 과연 챔프팀의 마운드에 어울리는 세련된 피칭을 했다. 이에 맞선 김광현은 최고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의 구위를 7회까지 유지하는 위풍당당한 피칭으로 ‘강한 SK’를 시위했다.
야수들의 역할도 깔끔했다. 비록 타석에선 두 투수들의 기세에 눌렸지만, 수비에선 유연했다. 공격적인 마운드를 뒷받침하는 산뜻한 수비가 양 팀에서 번갈아 나왔다.
승부는 단 한 초식에서 갈렸다.
7회말 2사후 SK 김용희 감독이 빼들었던 ‘한 수’, 9번 대타 김성현이 장원삼의 초구를 문학구장 왼쪽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승패를 결정지은 3점 홈런 한방을 만들었다.
2시간53분만에 끝난 승부. 패장 류중일 감독조차 “오래만에 명품 투수전을 봤다”는 소감을 내놓았을 만큼, 뒷맛 깔끔한 경기였다.
이 경기서 SK는 왜 그들이 ‘삼성의 대항마’로 불리는지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어필을 했다.
대타 카드의 한방으로 결정지으면서 ‘선수층’을 보였고, 전유수-문광은으로 3점차 팀 영봉승을 마무리하면서 마운드 관리의 승부수를 지켰다.
사실 빈번한 뒤집기, 드라마틱한 화력의 두산에 비해 SK는 은근히 기복 있는 타선과 무난한 전개의 경기들로 ‘인상 점수’는 덜 받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SK의 안정감 있는 전력은 특히 상대팀들의 평가가 높다.
SK 김경기 수석코치는 농구에서의 표현을 빌어 “‘식스맨’이 강한 전력으로 봐 주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한두명의 ‘난 자리’가 티나지 않는 두터운 선수층에 대한 자신감이다.
김강민 박희수 박정배 등이 재활중인 SK는 개막 보름만에 선발 밴와트가 복숭아뼈를 다쳤고지난달 말에는 최정이 팔꿈치 통증을 겪기도 했다.
온전한 전력이 아닌 상황에서도 큰 한탄 없이 개막 첫 달의 승률을 관리해낸 것은 풍부한 선수 자원 덕분. 이는 분명히 ‘현재의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여기에 ‘나중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도토리 모으기는 마운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빡빡한 판세 속에 연일 ‘혈투 릴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팀들이 적지 않지만, SK는 가끔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마운드를 ‘관리’하기로 선택했다.
↑ 8일 문학구장 삼성전에서 3-0 팀 영봉승을 거둔뒤 SK 포수 이재원이 데뷔 첫 세이브를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한 투수 문광은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현재 삼성과 함께 불펜의 피로도가 가장 잘 관리되고 있는 팀으로 꼽히는 SK는 여름에 더 탄탄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중위권에서 순위 부침을 겪던 SK는 8일의 승리로 두산과 18승12패에
‘장기전’을 조준하고 있는 SK는 8일 현재, 팀평균자책점 1위(3.73) 팀타율 5위(0.272)로 팀순위 2위권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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