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지난주, kt 위즈는 시즌 개막 이래 가장 행복한 한 주를 보냈다. 한화에 위닝시리즈를 가져간 데 이어 LG에게까지 2연승을 따내며 창단 첫 4연승을 달렸다. 1할대 유지도 힘들어보였던 승률 역시 처음으로 2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트레이드 효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일 단행한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은 장성우-하준호의 역할이 컸다는 것. 특히 장성우를 주축으로 했던 이 트레이드서 처음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하준호가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면서 팀 타선이 동시에 살아났다.
↑ kt 위즈 하준호. 사진=MK스포츠 DB |
고향팀을 떠나게 돼 처음에는 조금 서운했을 법도 한 트레이드. 하지만 트레이드 소식을 접하고 다음날 새벽부터 밀려든 빡빡한 일정에 정신없이, 그리고 자연스레 ‘kt맨’이 됐다. “(3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기차타고 여기 와서 인사하고 옷 받고 한다고 밥 한 끼도 못 먹고 그대로 경기를 치렀다.” ‘kt 데뷔전’서 하준호는 3번타자로 나섰다. 생각도 못했을 타순, kt는 ‘정신줄을 꽉 잡고 있을 리 만무한’ 새 선수를 클린업 트리오로 기용할 만큼 타선의 돌파구를 찾는 데 급했던 팀이었다. 3번타자라는 말을 들은 하준호의 첫 반응. “정말 깜짝 놀랐다. 아 이거 미치겠네, 어떻게 3번을 치나.” 다행히도 “순전히 재수로” 첫 안타를 신고하며 부담은 덜었다.
하준호의 활약은 다음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전 원정에서 이대형과 테이블세터진을 이뤘다. 시리즈 첫 경기서부터 4안타를 기록한 그는 한주 동안 6경기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를 기록하며 타선 상승을 이끌었다. 하준호가 말하는 비결은 ‘하고 싶은 대로’ 효과. “트레이드 되고 ‘가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야지’하면서 여기에 왔다. 오니까 (김)상현이 형도 뭐라고 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주셨다”면서 “감독님도 믿어주시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타선에 짜임새가 생긴 kt는 연승 바람을 타면서 팀 분위기도 몰라보게 올라갔다. “처음 팀에 왔을 때 많이 처져 있어서 놀랐다”던 하준호도 “이제는 이기고 있고, 또 이길 것 같으니까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조금씩 느껴가면서 저절로 변하는 것 같다. 팀 분위기가 변하니까 정말 좋다”고 웃었다. 연승에 본인의 비중이 크지 않았냐고 묻자 “팀 변화 시점과 맞물리다 보니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면서 멋쩍어하는 모습.
부산에서 가족과 함께 살다가 홀로 생활하고 있는 하준호는 아직 수원 생활이 낯설다. 수원 생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아는 사람도 없고 길도 몰라서 집에서는 TV만 보고 있다”며 금세 시무룩. “선수들이랑 놀면 되는데 워낙 낯을 가리고 차가운 성격이라 먼저 다가가는 게 조금은 어렵다. 성우와 친하기는 하지만 괜히 남자 둘이 있으면 더 심심해서 그럴 바에는 안 만나는 게 낫다.” 수원 시민으로 거듭나기에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하준호의 올 시즌 목표는 시즌 마지막까지 많은 경기에 나서 팀이 추구하는 신나는 야구를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위즈파크) 펜스에 보니까 ‘뛰는 야구, 신나는 야구’라고 적혀있더라. 미친 듯이 뛰고 신나게 야구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
하준호는 10일에도 3번타자로 나서 4타수 2안타 1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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