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서민교 기자] “상대를 자극할 의도 없었다.”
LG 트윈스 루카스 하렐(30)의 ‘최준석 세리머니’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세리머니의 의미를 몰랐던 루카스는 곧바로 사과의 제스처를 취했다. 이후 거듭 사과의 뜻을 전하며 미국과 다른 ‘문화의 차이’를 인정했다.
23일 부산 사직구장의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루카스 행동에 대한 더그아웃 분위기는 싸늘했다. 더 심각했던 쪽은 LG였다.
↑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의 난감한 표정. 사진=MK스포츠 DB |
최준석은 홈런을 친 뒤 홈 베이스를 밟을 때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날리듯 뻗는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한다. 단순한 기쁨의 세리머니가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홈런을 바친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최준석은 루카스의 행동을 보고 더그아웃에서 분노를 표출했다.
이날 루카스의 행동을 본 양상문 LG 감독은 그 자리에서 루카스를 호되게 야단쳤다. 양 감독은 대승을 거두고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루카스의 행동이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
루카스는 최준석의 다음 타석에서 사과의 제스처로 모자를 벗고 사과의 뜻을 수차례 전했다. 그러나 최준석은 시선을 피해 루카스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을 참지 못했다.
루카스는 의미를 몰랐다. 단순한 세리머니라고 생각하고 따라했다. 루카스는 23일 경기를 앞두고 “사과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른 의미는 없었다. 단지 조크였다. 미국에서는 그런 행동을 많이 한다.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종운 롯데 감독을 먼저 찾아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감독은 “양 감독이 오셔서 미안하다고 했다”면서 “난 사실 루카스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준석이가 열이 받아 있어서 알았다. 외국인 선수는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행동은 서로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부분이다. 삼진 이후 들어가는 상황이라면 더 조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LG 더그아웃은 더 냉랭했다. 양 감독은 “간만에 경기 잘했는데 루카스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양 감독은 이날 사직구장에 도착한 직후 롯데 라커룸을 먼저 찾았다. 최준석을 만나 재차 사과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양 감독은 “준석이 마음을 알기 때문에 직접 찾아 진심을 전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서 그랬다. 내가 가서 사과를 했으니 준석이 마음도 좀 풀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LG 코치들을 비롯해 주장 이진영 등 선수들도 루카스의 행동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꾸짖는 분위기. 루카스 한 명이 저지른 예의 없는 행동에 양 팀 더그아웃은 싸늘하기만 했다.
한국이 처음인 루카스도 같은 야구이지만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또 하나 배웠다. 루카스는 “같은 야구인데 다른 점이 많은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최준석의 홈런 세리머니.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