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가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다. 처음이 아니다.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프로농구 전 감독에 이어 이번엔 명장으로 꼽히던 전창진(52)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으로 알려져 충격이 더 크다.
경찰은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혐의가 포착된 현직 프로농구 감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감독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수차례 자신의 팀 경기 결과를 두고 불법 스포츠 토토에 3억원을 베팅해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주 불법 스포츠토토 업자를 소환 조사해 “불법 스포츠 토토에 베팅을 한 뒤 경기 중 3~4쿼터에 후보 선수를 투입해 경기에서 고의로 졌고, 그 결과 2배 이상의 고배당을 챙겼다”고 진술했다.
↑ 전창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프로농구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어 충격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경찰은 전창진 감독이 부산 kt를 이끌던 지난 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 전창진 감독의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직 프로농구 감독이 불과 2년 만에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아 출국금지를 당하고 소환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다.
전창진 감독이 누구인가. 우승청부사로 통하며 ‘명장’ 소리를 듣던 사령탑이다. 원주 동부와 kt 사령탑 시절 총 14시즌 동안 정규리그 우승 4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달성했고, 통산 426승306패를 기록해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에 이어 다승 부문 2위에 올라 있다.
이런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승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가 입증된다면 단단히 썩었다. 그에게 명예 따위는 없었다. 프로농구 발전을 위해 감독 은퇴 후 한국농구연맹(KBL)에 들어가 봉사를 하겠다던 사람이다. 모두 입바른 거짓말로 들통 났다. 프로농구 부활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고 있는 사이 뒤에서 불법 도박에 가담해 승부 조작을 진두지휘했다.
단순한 범죄가 아닌 배신을 넘어 역적 행위다. 전창진 감독이라서 그렇다.
전창진 감독은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당시 발을 벗고 나섰던 인물이다. 가장 가까이서 강동희 전 감독이 추락하는 것을 지켜봤다. 당시 현장에서 만났던 전창진 감독은 “강동희 감독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왜 그런 짓을 했겠냐”며 울분을 터뜨렸던 인물이다.
전창진 감독은 kt와 계약이 만료된 뒤 타 구단 사령탑 모색을 위해 이곳저곳 쑤셨다. 계약이 남아 있는 후배 감독이 버젓이 있는 구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결국 전창진 감독은 KGC의 신임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KGC는 박찬희 이정현 강병현 양희종 오세근 등 호화멤버로 국가대표 라인업을 자랑한다. ‘우승청부사’ 감독이 오면서 우승의 단꿈에 젖어 있던 KGC는 날벼락을
전창진 감독의 승부 조작 혐의가 사실이라면 죄의 무게를 떠나 도의적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미 억대의 불법 도박으로 구설수에 수차례 올랐던 감독이다. 자숙은커녕 더 깊숙이 승부 조작의 마수에 빠져들었다.
검은돈 앞에서 그동안 쌓았던 명예도 신의도 도의도 다 버린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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