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만 둘을 보신 부모님은, 셋째가 딸이기를 바라셨다. 그래서 1982년 7월 5일, 전북 정읍의 한 산부인과에서 셋째마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아쉬움이 무척 크셨던 것 같다. 얼마나 아쉬우셨는지, 큰형과 작은형이 아기였을 때 입은 옷들이 있었음에도 여자 아기 옷을 새로 구해 나에게 입히셨다. 세 살 때쯤인가는 예쁜 쌍꺼풀이 생기라고 눈에 테이프를 붙여 주셨다는 이야기도 나중에 들었다. 원피스를 입고 머리까지 양쪽으로 곱게 땋은 4살 때의 내 사진이 남아 있는데, 사진 속의 나는 영락없는 ‘막내딸’로 보인다. 그러나 나의 ‘막내딸 노릇’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모님의 희망과는 반대로, 나는 너무나 전형적인 개구쟁이 사내아이였다.' (본문 중에서)
글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돌직구' '돌부처' '끝판대장'으로, 상남자 이미지가 물씬한 오승환(일본 한신 타이거즈)입니다. 다소 엉뚱하면서도 기막힌(?) 출생의 비밀과 어린 시절 이야기죠?
오승환의 첫 에세이 <순간을 지배하라>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에피소드들이 많아 눈길을 끕니다.
책에는 국내를 넘어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오승환이 전하는 땀과 열정, 그리고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도 소개되고 있는데요. 공 하나로 경기를 종결짓는 그의 야구 열정과 인간 오승환의 흔적이 오롯이 녹아 있습니다.
또한 야구를 시작한 11세 때부터 일본 진출 첫해 구원왕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와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한 고교시절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오승환의 민낯이 담겨 있는데요. 관련 구절을 한번 읽어볼까요.
'프로지명을 앞두고 미래가 결정될 시기에 투수 노릇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평생 홈런은 딱 한 개에 발 빠른 것 빼곤 잘하는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외야수에게 관심을 가질 프로팀은 없었다. 고3에게 프로 신인 지명은 인생을 바꿀 사건이지만, 내겐 남의 일이었다. 눈과 귀를 닫고 운동만 했다. 어느 날 혼자 운동장을 뛰고 숙소로 돌아오니 동기들이 아무도 없었다.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다 같이 PC방에 갔다고 했다. 게임하러 갔나 싶어 나도 PC방으로 갔다. 그런데 친구들이 모니터 하나에 다 매달려 있었다.
“무슨 일 났냐?”
“너 어디 아프냐? 오늘 프로 신인 드래프트날이잖아”
차라리 끝까지 모르는 게 나을 뻔 했다. 모니터에 동갑내기 친구들 이름이 차례로 떴지만, 내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다른 학부형들로부터 “승환이가 어쩌다 저렇게 됐어요”라는 질문인지 위로인지 알 수 없는 말을 인사처럼 듣고 다니셨다. 불과 2년 만에 나는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유망주에서, 모두가 불쌍히 여기는 낙오자로 추락한 것이다.' (본문 중에서)
여기에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불안감 속에서 땀을 흘려야 했던 재활 과정, 그리고 첫사랑의
이번 에세이는 가족은 물론, 삼성 라이온즈 팀 동료, 오승환을 프로무대에 발탁한 이성근 삼성 스카우트, 부상 중 재활을 맡았던 선수촌병원 한경진 원장 등 다양한 인물들의 인터뷰가 함께 수록되어 오승환의 발자취를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