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토종 10승 숙원이 올해 이뤄질까.
넥센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는 자타공인 ‘투수왕국’이었다. 정명원, 정민태, 임선동, 위재영, 김수경, 조규제, 조웅천 등의 쟁쟁한 투수들이 활약했다. 특히 토종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에서 팀을 이끌었다. 2000년에는 3명의 18승 투수(정민태-임선동-김수경) 배출이라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히어로즈 시대로 넘어가면 그 명맥을 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08년 창단한 넥센은 2009년 13승을 올린 이현승(현 두산) 이후 5년 동안 토종 10승 투수를 배출해내지 못했다.
↑ 사진=MK스포츠 DB |
그런데 올해는 밝은 희망이 보인다. 페넌트레이스 30%(48경기)를 소화한 현재, 바로 올해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한현희가 6승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한현희는 2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 시즌 6승(2패)째를 거뒀다. 6승은 한현희의 한 시즌 최다 승리.
201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구원투수로 나섰던 한현희는 종전까지 5승을 기록한 것이 최다였는데 올해는 벌써 6승을 거두며 선발로 안착해가고 있다.
시행착오가 있었던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도 호재. 한현희는 27일 5이닝을 소화하고 물러나기 이전까지 5경기 연속으로 6이닝 이상(7이닝 1회)을 책임졌다. 아직은 많은 볼넷과 몸에 맞는 볼 허용과 제구 불안 등의 숙제가 있지만 사이드암으로 150km의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구위는 점점 더 경쟁력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 2년간 홀드왕에 올랐던 한현희인 만큼 가진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관건은 결국 선발 적응. 현재까지는 우려를 떨쳐내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과제는 물론 있다. 속구와 슬라이더에 더해 싱커와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을 정도로 장착할 수 있는지가 숙제. 최근 잠수함투수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이 싱커와 체인지업이다.
그것은 사이드암 투수들에게 영원한 숙제인 좌타자 상대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 떨어지는 서클체인지업과 동시에 범타 유도를 할 수 있는 싱커를 수준급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올해도 한현희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강점(피안타율 2할2푼5리, 피홈런 0개)를 보여주고 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약하다(피안타율 2할6푼2리, 피홈런 7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올해 한현희는 무조건 선발로 쓴다. 향후 넥센의 마운드의 모습을 바꿔놓으려면 토종 선발 투수들이 커야 한다. 올해는 한현희를 그렇게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며 “한현희와 다른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내년, 그리고 더 미래의 넥센의 성적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는 그 과정이라고 보고 반드시 (한현희를) 키우겠다”고 했다.
단순한 10승이라는 숫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넥센이 마운드를 이끌 든든한 축을 세우는 것이다. 한현희의 10승도 결과만큼이나 그 질과 내용이 중요하다
외인들의 경우는 계약 등의 변수가 많다. 또한 젊은 투수들에 비해 기량 하락도 더 쉽게 일어난다. 한현희의 10승, 그리고 넥센의 토종 10승 투수 탄생은 그래서 숙원이며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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