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김원익 기자] 개인이 달성한 대기록의 기쁨보다는 후배들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이승엽(39, 삼성)은 대기록의 순간, 팀에 대한 고마움을 말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홈런을 맞은 상대 투수 구승민(25, 롯데)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향후 선전을 기원했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 경기 3회 2사 주자없는 상황 구승민의 2구를 공략해 우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이승엽의 올 시즌 10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400호 홈런이었다.
그동안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은 부담이 많았다. 이승엽은 “우선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8년을 떠나 없었던 사람인데 이제 돌아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부분들이 미안하다. 일본에서 그런 것(소외받는 것)들을 많이 느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사실 기록을 앞두고 긴장했던 부분은 다른 것이 아니라 후배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다”면서 “후배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색하지 않고 평상시처럼 대해주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기대하는 것도 있다. 이승엽은 “후배들이 앞으로 열심히 뛰어서 나의 기록들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팀의 우승을 위해 스파이크끈을 더 힘차게 묶겠다는 각오다. 이승엽은 “지난해를 마치고 100점을 줬는데 지난해 만큼 하려면 올해도 잘해야 된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열심히 해서 팀적으로는 통합 5연패를 달성하고 싶고, 개인으로는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하고 싶다. 이 기록이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날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은 구승민은 올해 불과 프로 3년차의 신예다. 이승엽은 “우선은 미안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프로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이해했으면 좋겠다)...앞으로 구승민 선수도 비운의 투수라는 캐릭터로 남지 않고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덕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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