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982년생 투수와 타자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만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과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올 시즌 첫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한신과 소프트뱅크는 9일부터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3연전을 펼친다. 올해 교류전은 지난해처럼 홈 2경기-원정 2경기 등 팀간 총 4경기로 치러지지 않고 3연전 한번으로만 끝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3연전이 끝나면 이대호와 오승환이 다시 만날 기회는 올스타전과 일본시리즈뿐이다. 올스타전은 둘 다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올스타에 뽑혀야 가능하고, 일본시리즈에서 조우하는 것도 확률이 낮다. 설사 지난해처럼 한신과 소프트뱅크가 일본시리즈에서 만났다하더라도 맞대결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지난해 교류전에서 만난 이대호(왼쪽)와 오승환(오른쪽). 경기 전에는 절친인 사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서로를 봐줄 수 없는 입장이다. 사진=MK스포츠 DB |
당시 이대호는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라며 오승환과의 맞대결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은 팀이 이기고 있을 때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 둘이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제한적이다. 여기에 이대호가 경기 후반 대수비나 대주자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만나지 못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불꽃 튀는 대결이 예상된다. 최근 두 선수의 페이스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지난주 열린 5경기에 모두 등판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2일 고시엔 지바 롯데전에서 역전 만루포를 허용하며 시즌 첫 패를 당했지만, 이후 3일 지바 롯데전에서는 2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챙겼다. 4일에는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6일 니혼햄전에서는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고, 7일 경기에서도 삼진 2개를 곁들여 퍼펙트 피칭을 하며 시즌 17세이브를 기록했다. 연투 때문에 무리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오승환의 연투능력은 한국 시절부터 빛을 발휘해왔다.
↑ 지난해 5월24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소프트뱅크의 교류전에서 한신이 4-3으로 승리했다. 9회말 무사 1루 이대호와 오승환이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반면 오승환은 지난해 교류전에서 블론세이브 3개를 범하는 등 2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다. 올 시즌도 만루 홈런 탓에 평균자책점이 3.60으로 높긴하지만 만루홈런의 여파이지 2승1패 4세이브로 교류전을 통해 세이브페이스를 올리고 있다. 오승환은 현재 센트럴리그 세이브 1위 야마사키 야스유키(23·요코하마)와 2개 차로 좁힌 3위를 달리
만나기는 힘들지만, 만나면 불꽃튄다. 절친이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친구가 없다. 한국무대에서는 이대호가 오승환을 상대로 25타수 8안타(타율 0.320) 3홈런으로 강했다. 오승환으로서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대호로서는 오승환에게 강하다는 인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두 선수의 맞대결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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