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축구의 키워드는 ‘양박쌍용’이었다. 박지성, 박주영(서울),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들이 만들어가는 하모니는 환상적이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 및 2011 카타르 아시안컵 3위는 그들이 만든 업적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콰르텟’은 절대적일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국축국에 양박쌍용의 그림자는 점점 지워지고 있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양박쌍용의 둘레를 벗어나, 이들이 없이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박지성이 현역 은퇴하고 박주영이 예의 폼을 아직 못 찾는 가운데 감독이 바뀌어도 기성용과 이청용의 역할과 입지는 바뀌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공수를 조율하는 ‘조타수’와 활로를 뚫어주는 ‘돌격대장’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해 10월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그렇다. 기성용은 주장, 이청용은 부주장이다. 슈틸리케호의 중심축이다.
빠지면 분명 이들의 향기가 그리웠다. ‘대체불가’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쌍용 없이도 강해지는 법을 터득하고 있다.
↑ 기성용(왼쪽)과 이청용(오른쪽)은 한국축구의 변함없는 중심축이다. 그들의 빈자리는 컸지만 점차 메워지고 있다. 한국축구의 플랜B도 한결 강해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전반 45분부터 인상적이었다. 기성용은 뛸 수 없었고, 이청용은 뛰지 않았다. 둘의 빈자리가 우려한 만큼 크지 않았다. 둘이 없는 가운데서도 한국은 2015 호주 아시안컵 3위의 주역이 대거 포진한 UAE를 압도했다. 시종일관 밀어붙였다. UAE가 자랑하던 오마르 압둘라흐만, 아메드 칼릴 등은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했다.
정우영(빗셀 고베)과 이재성(전북)이 도드라진 플레이를 펼쳤다. 기성용과 이청용의 자리에 위치한 둘은 그 대안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정우영은 강한 압박과 빠른 전진 패스, 과감한 중거리 슈팅, 터프한 대인 방어까지 펼쳤다. A매치 데뷔 무대라는 걸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됐다. 여유까지 보였다. 이재성은 가장 번뜩였다. 한국의 위협적인 공격은 재치있고 창의적인 이재성에 의해 시작됐다. 그의 저돌적인 돌파에 UAE 수비는 파울로 끊을 수밖에 없을 정도. 기성용이 없어도 새로운 조타수가, 이청용이 없어도 새로운 돌격대장이 등장했다.
후반 45분은 전방이 도드라졌다. 최전방 공격수 임무를 나눠 맡았던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와 이정협(상주)은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국제 경험 미숙에 따른 우려는 말끔히 씻었다. UAE 수비진은 이 신출내기 공격수를 막는데 애를 먹었다. UAE 골키퍼의 신들린 방어가 없었다면, 더 많은 골 잔치가 펼쳐질 수 있었다.
골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김진수(호펜하임)의 롱 스로인과 정동호(울산)의 완벽한 크로스가 있었으나 이를 마무리 지은 이용재와 이정협의 감각적인 결정력도 뛰어났다. 이용재는 수비수 2명 사이에서 절묘한 트래핑에 이은 강한 슈팅을 선보였으며, 이정협은 오프사이드를 피해 움직였다.
박주영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던 1년 전과는 많은 게 바뀌었다. 재능 있는 선수를 발굴했고, 그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박수를 치며 흡족해 했다.
당장 자리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쌍용은 슈틸리케호에서도 여전히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돌릴 수는 없다. 부상이라는 변수도 있다.
이청용이 호주 아시안컵에서, 기성용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 빠진 건 부상 때문이다.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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