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일 "국민께 죄송하다" 발모제를 얼굴에 발라서? '징계 수위보니'
↑ 강수일/사진=MBN |
파문을 일으킨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강수일(28·제주 유나이티드)이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강수일은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자리에서 "힘들게 간 위치에서 이런 실수로 인해 상황이 이렇게 돼 너무 슬프다"며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국내 프로축구 K리그에서 14경기에 출전, 5골을 넣고 도움 2개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친 강수일은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의 눈에 들어 이달 초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습니다.
특히 미국인 아버지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인 그가 축구 대표팀에 발탁됐다는 소식은 축구 팬들의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UAE) 평가전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미얀마와의 경기를 위해 동남아 원정에 나선 강수일은 그러나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여 이날 중도 귀국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 A샘플 분석 결과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습니다.
이에 따라 강수일은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UAE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강수일은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라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선수 본인이 희망할 경우 B샘플을 추가 분석할 수 있습니다. B샘플 의뢰가 접수되면 24일까지 추가 분석이 진행됩니다.
B샘플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오면 1주일 이내 청문회를 열어 해당 선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합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징계 규정은 1차 위반 시 15경기 출장 정지, 2차 위반 시 1년간 출장 정지가 내려지고 3차 위반 때는 영구 제명됩니다.
전날 "콧수염이 나지 않아 선물 받은 발모제를 얼굴에 발랐다"고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진 강수일은 관련 질문에는 입을 닫았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온 이유를 묻는 말에 강수일은 옆에 서 있던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 쪽을 쳐다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강수일은 연맹 관계자의 조언을 얻어 "앞으로 처해지는 조치에 대해서는 구단과 협의해 대처하겠다"며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기고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그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하지만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의혹을 남겨둔다면 그에게 다시 국가대표의 기회가 돌아갈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프로 선수가 "실수였다"거나 "잘 모르고 그런 것"이라고 변명하는 장면은 이제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