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시즌 반환점 3경기를 남겨둔 LG 트윈스의 성적은 암울하다. 지난달 3일 9위로 내려앉은 뒤 51일간 같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최악의 시즌이다. 그러나 암울함 속에 희망의 빛줄기도 비쳤다. 현재는 놓쳤지만, 미래는 밝다.
LG의 오랜 과제는 세대교체였다. 젊은 선수들은 많은데 한계를 넘지 못했다. 늘 베테랑 선수들에게 실력에서 크게 밀렸다. 자연스럽게 기회는 짧게 사라졌다.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는 프로의 세계에서 LG의 선수층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 중간층이 사라지고 없었다.
↑ LG 트윈스 내야수 양석환은 위기에서 발견한 미래다. 사진=MK스포츠 DB |
올 시즌은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겹치면서 강제 리빌딩이 진행됐다. 이상적인 세대교체는 아니다. 시즌 개막 전 계획했던 양상문 감독의 시나리오는 모두 뒤틀렸다. 투수에서는 좌완 기대주 임지섭을 키워내려 했고, 야수에서는 우타 거포 기대주 최승준을 클린업 트리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임지섭과 최승준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만 남긴 채 2군에 내려간 상태다.
그러나 LG의 유망주는 이 둘 뿐이 아니었다. 뜻하지 않은 기회 속 깜짝 스타로 등극한 젊은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내야수 양석환이 대표적인 경우다. 3루수 공백을 완벽히 메우며 1군에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방출된 잭 한나한이 3루 수비 없이 32경기를 뛰며 박수 받고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양석환의 존재 덕분이었다. 양석환은 첫 1군 무대 53경기에서 타율 2할9푼, 3홈런 20타점 18득점을 기록 중이다.
백업 포수 유강남도 불안했던 LG 안방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최경철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주전 마스크를 쓰며 든든히 안방을 지키고 있다. 상무 제대 후 풀타임 1군이 처음인 유강남은 타율은 2할2푼1리에 머무르고 있지만, 3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며 결정적 한 방을 갖춘 포수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안정적인 2루 수비를 선보였던 박지규를 비롯해 타격에서 두각을 나타난 나성용과 서상우까지 그동안 기존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무명의 선수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있다. 투수 파트에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맡고 있는 임정우를 비롯해 필승조에 이동현의 뒤를 이을 정찬헌이 자리매김했다.
원했던 리빌딩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없이 세대교체는 진행되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을 함께 잡진 못하고 있지만,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