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메이저 2연승을 거둔 조던 스피스(미국)의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는 291.1야드로 69위다.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그린적중률 역시 67.78%(47위)로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럼 스피스를 상금 1위(786만달러), 평균 타수 1위(68.92타)에 오르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예상하듯 ‘짠물 퍼팅’이다. 스피스는 올시즌 라운드 당 퍼팅수(27.82개)와 홀 당 퍼팅수(1.697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1퍼트 확률은 43.70%로 5위에 올라 있고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도 0.504타(19위)로 그리 나쁘지 않다. ‘퍼팅 잘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세대를 초월한 주장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스피스가 제대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스피스의 퍼팅은 독특한 면이 꽤 있다.
우선 스피스는 긴 퍼팅과 짧은 퍼팅을 할 때 약간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 먼 거리 퍼팅 때는 볼을 보면서 스트로크를 하지만 짧은 퍼팅 때는 처음부터 고개를 약간 홀쪽으로 돌린다. 곁눈질로 홀을 보면서 퍼팅하는 것이다.
흔히 짧은 거리에서는 ‘귀로 퍼팅하라’는 명언이 철칙처럼 통한다. 퍼팅 결과가 너무 궁금한 나머지 많은 골퍼가 고개를 들어 버리는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스피스의 방법은 ‘헤드업’에 대한 실수를 원천 봉쇄한다고 볼 수 있다.
스피스의 짧은 거리 퍼팅 방법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단 셋업을 한다. 그리고 홀을 본 뒤 다시 공을 보면서 제대로 셋업이 됐는 지 확인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홀을 보면서 스트로크에 들어간다.
스피스는 또 “어디서 휘어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견고하게 스트로크할 것인 지에 집중하면서 퍼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피스는 “프로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홀보다 짧은 퍼팅을 많이 본다”며 “그린 경사에만 너무 집중하고 스피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는 탓”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스피스가 휘어지는 퍼팅을 할 때 방법이다.
일단 경사의 낮은 쪽으로 걸어 가면서 어느 정도 스피드로 쳐야 할 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그 스피드를 바탕으로 볼이 어떤 길을 갈 지 머릿 속에 그린다. 이어 공이 휘어질 지점을 정한 뒤 처음 생각한 스피드로 스트로크를 하면 공은 적절한 속도로 그 지점을 통과한 뒤 홀로 향한다는 것이다.
많은 골프팬이 알고 있듯이 스피스의 퍼터 그립은 일반 것보다 두꺼운 슈퍼 스트로크 제품을 사용한다.
두꺼운 퍼터 그립의 장점은 아무래도 손목을 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퍼터 그립은 손목이 움직이거나 퍼터 헤드가 돌아가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두꺼운 퍼터는 그립이 두꺼워서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퍼팅을 하기 때문에 직진성이 좋아진다. 양손에 같은 압력을 주고 손목에 긴장을 없애줘 부드러운 시계추 스트로크가 가능한 것도 두꺼운 퍼터 그립의 장점이다.
스피스는 또 크로스핸디드 그립(왼손이 오른손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퍼팅 그립 방법)을 한다. “어깨를 타깃 라인과 평행하게 만들기 편해 방향성이 좋고 손목이 고정되니 볼이 당겨질 위험성도 크게 줄어든다”는 게 크로스핸디드 그립을 하는 골퍼들의 주장이다.
스피스는 샷을 할 때 그립도 약간 독특하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98%가 쓰는 오버래핑 그립을 약간 변형해 쓴다. 인터로킹 그립을 사용하는 우즈와도 다르다. 오버래핑 그립은 왼손 집게손가락 위에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얹는다. 하지만 스피스는 반대로 왼손 집게손가락을
이 그립은 클럽을 부드럽게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드로나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오른손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스피스표’ 그립의 특징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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