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신데렐라’는 결코 운만 갖고서 멋진 왕자님과 사랑에 빠진 게 아니었다. 곰과 사랑에 빠진 허준혁(25)도 결코 운으로만 성장한 게 아니었다. 착실하게 선발 수업을 쌓으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호투가 1,2번이 아니라 3번 연속이라면 이 또한 운이 아니다.
허준혁이 또 한 번의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프로 데뷔 이래 역대급 투구였다. 26일 광주 KIA전(두산 9-1 승)에서 7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을 사냥했다. 그의 최다 이닝 투구였다. 7회 브렛 필에게 홈런을 허용하기 전까지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이 비록 깨졌으나 앞선 두 번의 등판보다 더 대단했다. 또한, 그의 평균자책점은 0점대(0.47)로 매우 ‘판타스틱’하다.
↑ 허준혁은 26일 광주 KIA전에서 7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사진=MK스포츠 DB |
이 여유는 허준혁에게 큰 힘이 됐다. 허준혁은 초반까지만 해도 투구밸런스가 흔들리며 스트라이크보다 볼이 더 많았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야수를 믿고 던져라”는 포수 양의지의 말은 허준혁을 힘나게 했다. 그리고 큰 점수 차는 그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 이후 언터처블이었다. 야수들의 수비까지 뒷받침되면서 0의 행진이 계속됐다. 6회까지 피안타는 단 1개였다.
7회 피홈런 외에는 무결점이었다. 또한, 그 홈런에 흔들릴 법도 하나 허준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변함없는 투구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7회 2사 후 최용규에게 안타를 맞을 때까지 투구수는 108개. KIA 타선은 허준혁에게 완벽하게 농락당했다.
허준혁은 지난 겨울부터 두산이 야심차게 준비한 선발 자원이다. 그에게 기회는 갑작스레 주어졌다. 더스틴 니퍼트의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임시 선발’ 중책이 떨어진 것. 하지만 그는 3번의 기회를 모두 살렸다. 호투는 꾸준했다. 지난
“기대 이상이다”라는 김태형 감독의 발언대로 상상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허준혁이다. 이제는 임시 선발이라는 꼬리표를 떼야 한다.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하고 있는 주력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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