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33)은 예전부터 눈 여겨 봐왔던 타자다.
워낙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타격 폼으로 다양한 공을 잘 쳐내는 그는 기술과 파워의 이상적인 밸런스를 갖고 있는 타자다.
그는 투수를 노려보고 타석에 선 상태부터 체중 이동을 하는 동안이 참 좋다. 이 구간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만들고 최대의 파워를 생산할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해낸다.
↑ 한화 김태균은 타석에 선 순간부터 체중 이동이 이루어지는 구간까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동작으로 최적의 타이밍과 최대의 힘을 만들어낸다. 사진=MK스포츠 DB |
몸무게 80kg의 타자가 투구를 향해 발을 내디딜 때 뒷발을 차는 힘은 110kg이 된다. 타자는 앞발을 땅에 견고하게 디딘 후, 그 발을 축으로 삼아 몸통을 회전한다. 즉 스트라이드라는 전진운동을 단단하게 버티고 있는 앞발에 의해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것이다.
배트를 스윙 하는데 필요한 0.2초 동안 타자의 무게중심은 약 30센티미터 앞으로 이동하는데 그 시간 동안 약 0.6마력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배트에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1마력은 1초동안 75kg의 추를 수직 1m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니 0.6마력은 1초동안 75kg의 추를 약 60센티미터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이 된다)
김태균은 앞발(오른손타자 김태균의 왼쪽 발) 뒷꿈치를 살짝 들어올렸다 내리는 것으로 타이밍을 잡을 뿐 거의 노스텝으로 스트라이드 구간을 돌파한다. 투수 쪽으로 체중을 이동하는 그 동작 구간에서 상하 좌우의 흔들림이 거의 없는 김태균의 스윙은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동안 만들어낸 모든 힘(어데어 교수가 계산한 0.6마력이다)을 손실 없이 거의 배트에 전달해내는 효율적인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출루율 1위였던 김태균은 한화 타선이 제법 두터워진 올해도 28일 현재까지 0.483의 독보적인 출루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워낙 견제가 집중되는 한화의 중심타자이기도 하지만, 속구와 변화구를 고루 잘 맞히는 약점이 없는 타자이면서 선구안이 뛰어난 이유도 크다.
그의 선구안은 안정적인 준비동작과도 관련이 높다.
스트라이드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스테이백에서 집중력과 안정성이 뛰어난 김태균은 나쁜 공에 잘 속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고 내 볼을 잘 골라 칠 수 있다. 반면 이 구간이 불안정한 타자들은 급한 타격이 되는 경향이 있어서 타이밍을 유리하게 시작하기 힘들고 나쁜 공에 배트가 딸려나가기 쉽다.
김태균은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타율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 올시즌 28일 경기까지 볼카운트 1B2S에서 타격했을 때 3할7푼, 2B2S에서 3할4푼, 풀카운트 타격에서 3할8푼을 기록하고 있다.
스스로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터득한 타자만이 가질 수 있는 그만의 여유감이 있고, 웬만한 상황에선 몰리지 않는 그만의 당당함이 있다. 장타도 잘 때리고 득점타도 잘 때리는 김태균은 찬스에도 강하고 위기에도 강한 타자다.
지난 주 최진행이 이탈한 한화가 가장 어려웠을 때, 4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리며 주말 SK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이끄는 김태균의 모습이란. 한화 팬들에게 가장 큰 기쁨과 가장 든든한 위로를 선물했을 것 같다. 백마디 칭찬이 아깝지 않았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