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칠리아 팔레르모 |
노인의 말대로였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왔던 시칠리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교회 건물과 고풍스러운 거리들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물씬 뽐내고 있었다.
첫 관문은 당연히 팔레르모. 사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첫 관문으로 삼는 도시다. 베니키아인들이 건설했고 로마와 노르만 등의 지배를 받으면서 성장했다. 아랍의 지배를 받기도 한 까닭에 도시 곳곳에는 이슬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대문호 괴테는 이탈리아를 두루 여행하다 팔레르모의 아름다운 풍광에 사로잡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라고 칭송까지 했을 정도.
팔레르모의 볼거리는 대부분 중앙역 근처에 몰려 있다. 한나절만 팔레르모를 돌아보고 나면 괴테가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 했는지 머리가 끄덕여진다. 도시 곳곳에 가득한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가득한 골목 등등 팔레르모의 모든 것이 여행자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도 꼭 찾아볼 것.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가공되지 않은, 현지인들의 날 것 그대로의 삶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팔레르모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시장은 부치리아 시장이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낯선 동양의 여행자에게 토마토를 건네기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자며 먼저 어깨동무를 해오기도 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팔레르모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약 600년에 걸쳐서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성당 내부에는 팔레르모를 다스렸던 시칠리아의 왕들과 왕족들의 무덤이 있다.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에는 팔레르모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재래시장, 북적대는 비좁은 골목 어귀에서 박동하는 사람들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쿵쾅쿵쾅 연신 시칠리아 인들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 곳. 팔레르모는 시칠리아의 허파요 심장이다.
시칠리아를 보는 또다른 재미는 고대 그리스를 찾아보는 거다. 아그리젠토가 대표적인 도시다. 시칠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콘코르디아 신전을 비롯해 고대 그리스의 유적들이 상당수 남아있다. 아그리젠토가 ‘신전의 계곡’ 혹은 ‘신전의 도시’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그리젠토가 가까워지면 거대한 돌무더기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신전. 여행자들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시칠리아와는 전혀 다른 풍경에 넋을 잃는다. ‘신전의 계곡’에는 디오스쿠리 신전, 쥬피터 신전, 테로네 신전, 헤라클레스 신전, 콘코르디아 신전, 쥬노네 신전 등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단연 압권이 콘코르디아 신전이다. 기원전 450∼400년에 세워진 도리아식 신전으로 우아하면서도 장엄한 멋이 그대로 살아 있다.
콘코르디아 신전을 지나 20여 분 정도를 가면 헤라 신전이다. 기원전 460~440년 경에 세워졌으며 34개의 기둥 중 25개가 거의 완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헤라 신전에서는 드넓게 펼쳐진 지중해와 시칠리아의 아득한 들판, 고풍스러운 아그리젠토 시가지의 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러고 보니 소설가 김영하의 글이 생각난다. 아그리젠토가 주는 감동이 얼마나 큰지, 한때 시칠리아에 머물며 글을 썼던 김영하는 아그리젠토를 두고 이렇게 서술한다. “결국 시칠리아 도시들 간의 치열한 관광객 유치 경쟁은 압도적인 한 장의 이미지를 가진 아그리젠토의 승리로 귀결된다” . 그래, 다른 곳 찍은 들 무엇할까. 결국 아그리젠토의 이미지로 시칠리아는 기억될 텐데.
▶ 시칠리아 즐기는 Tip
1. 가려면 = 대한항공이 인천-로마를 운항한다. 로마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갈 수 있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 이탈리아’(Alitalia) 이용. 홈페이지(www.alitalia.com) 확인
2. 열차로도 간다 =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시간표는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 참고.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3. 현지 여행 루트는 두가지 =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글·사진 = 최갑수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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